교황 베네딕도 16세가 성탄절을 앞두고 '동성애 혐오'(homophobia)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교황은 22일 교황청 성직자들 앞에서 연말 강론을 하면서, "전통적 양성관계를 넘어서는 행위는 신의 창조물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을 남녀로 나눈 창조의 말씀, 창조의 질서를 존중하라는 것은 낡은 형이상학이 아니다"라며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것은 '인간 생태학'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열대 우림을 보호하는 것에 못지않게 인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교황의 동성애 비판은 가톨릭 교회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처음으로 직접 강론을 통해, 그것도 '인간 파괴' 등의 강한 표현으로 비판한 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동성애 옹호론자들과 개신교 일각에서도 거친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동성애 처벌 철폐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66개 회원국의 제안으로 발의된 것과 관련, 교리 논쟁 차원을 넘어 정치성 짙은 논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교황의 이례적 언급도 이 결의안 발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얽힌 내막은 자못 복잡한 듯하다.
■교황 강론을 반박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동성애 행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당연시하는 발언은 지나친 것으로 본다. 가톨릭 교회는 동성애 감정 자체를 죄악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동성애 행위는 '일탈과 비정상'으로 규정해 왔다. 특히 남녀의 역할과 성지향성(sexual orientation)이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성별 이론'을 부정, 비판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개신교 쪽에서는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보면서도, 동성애자에 대해 이른바 목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어지러운 논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개신교단 가운데 영국 성공회가 유난히 강하게 교황 강론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유엔 결의안이 겨냥한 동성애 처벌국이 아프리카 에 몰린 사실과 연결짓는 해석이 흥미롭다. 성공회는 아프리카에서 교세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반면, 가톨릭 교회는 신장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런 심오한 분석보다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사랑과 축복을 기원할 성탄절을 앞두고 이런 논쟁을 할 때인가"라는 지적이다. 세상 모든 인간이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마당에 교황께서 동성애 논쟁을 부추긴 것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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