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건물 소유주가 아닌 세입자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기존의 판례는 세입자의 경우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만 청구할 수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일조권 분쟁에서 세입자의 재산상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가능성을 명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임채웅)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다가구주택 소유주 김모씨 등 6명이 인근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현대건설과 KT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T는 4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일조권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액 중 10%는 실제 거주자(세입자)의 몫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상 2~4층 규모의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김씨 등은 올 3월 인근지역에 지상18층∼29층 높이의 아파트 골조 공사가 끝난 후 일조량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을 거쳐 “고층 아파트 신축 이후 잔존 일조량이 매우 적어져 일조 피해가 인정된다”며 “시행사인 KT만 일조권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거주자는 일조권이 침해되지 않는 상태를 전제로 보증금을 소유주에게 납부하고 살았기 때문에 일조권 침해가 일어났다면 재산상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배상액 중 90％는 소유자 몫이고 나머지 10％가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의 몫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번 소송은 거주자가 따로 배상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유자들은 인정된 손해액의 90％에 대해서만 청구권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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