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종교의 포용성만큼은 세계 최고다. 유교적 질서가 여전한 가운데, 불교 기독교가 상당한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이슬람교를 비롯한 소수종교도 배척 받지 않으며, 사이비 종교도 창궐하고 있다. 무신자가 가장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어떤 분을 믿어도 좋고 아무도 안 믿어도 좋은 나라, 찾기 힘들다. 철두철미한 무신자도 크게 실패하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나 상처를 받으면, 하루아침에 신을 찾게 된다고 한다.
신들이 항상 대기 중이다. 불경스럽게도 그 중에 한 분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절망한 자를 따스하게 껴안아줄 품은 충분하다. 그런데 믿었던 분께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이래저래 상처 받은 이들이 너무 많았다. 새로이 신께 귀의한 이들, 신께 버림 받은 이들, 신을 바꾼 이들 많았으리라. 모든 신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면 "사랑하라!"일 테다.
예수님이 온 천지에 사랑을 뿌리는 날이다. 아마 다른 신들도 옆에서 사랑 뿌리기를 거들고 계실 테다. 신들이 뿌리는 사랑이 온 세상 온 사람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지라도, 떨어진 곳에서 오래도록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어느날 문득 마음 가난한 이가 그 사랑을 만나 희망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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