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학교 현장은 또 둘로 쪼개졌다. 이날 전국 135만여명의 중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학력평가에서는 조직적인 시험 거부나 방해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의 일부 학교는 집단으로 응시를 거부했고 체험학습도 예정대로 진행돼 교육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력평가 응시인원을 파악한 결과, 중1년생 98.84%, 중2년생 98.65%가 각각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체험학습을 신청했으나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결석한 학생은 총 31명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5명), 대구(4명), 광주ㆍ경남(1명) 등의 순이었다. 평가 거부자도 전북과 서울에서 각각 4명, 1명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3,600여명의 결석자 중에는 학교에 체험학습 참석을 알리지 않고 무단 결석한 학생도 다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0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 여파 탓인지 단위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승인한 곳은 전무했다.
평가를 명시적으로 기피한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78명) 때와 비교해 확연히 줄었지만 시험 반대 움직임은 한층 거세게 일었다. 일부 교원ㆍ학부모 단체는 체험학습을 강행했으며 일제고사 반대 집회와 피켓 시위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랐다.
평등교육실현 전국 학부모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수요자의 합법적 권리에 반하는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정부와 시교육청은 법적 근거도 없는 시험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에는 120여명의 학생ㆍ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하며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중1 아들과 함께 행사에 나온 학부모 김모(43ㆍ여)씨는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준 교사들을 해임ㆍ파면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대신해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대구, 경북, 전북 등에서도 20~40명이 시민단체 주도로 생태현장이나 박물관 등지를 둘러봤다.
전북 장수중은 아예 1,2학년생 153명 전원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정상수업을 진행했다. 장수중은 3일 학교운영위원 간담회와 교직원 회의를 열어 시험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김인봉 교장은 "기말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됐고 겨울방학을 앞둔 시점에서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은 무의미하다는 데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전북체육중(60명)과 대안학교인 지평선학교(79명)도 학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학력평가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달리 시험 문항만 같을 뿐 세부 시행 및 관리는 각 시ㆍ도교육청이 맡고 있어 시험 불참에 따른 처리도 지역별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험 거부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시험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에 대해 과목별로 25문항씩 5지선다형으로 치러졌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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