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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겨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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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겨울 가지

입력
2008.12.24 00:04
0 0

장철문

생략이란 저런 것이다

꼭지가 듣도록, 한 생애를

채웠다 비우고

모세혈관처럼

허공을 껴안은 가지들

그 시린 가지 끝의 서릿발

磁場(자장)에

가뿐히 몸을 부린

까치 한마리

저 작은 떨림의

가뿐함

저 매운 가지 끝에서

어느 허공이

다른 허공과 남일 수 있으랴

군더더기 하나 없다. 생략이란 이런 것이다. 거추장스런 수사를 내다버린 나무의 골격이 사뭇 세한도 풍이다. 바람 부는 '그 시린 가지 끝의 서릿발' 같은 정신이 강한 자력으로 까치를 불러들였다.

'떨림'이란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와 새가 함께 만드는 파문. 그러고 보니 새도 날기 위해 뼈가 비어 있는 것 아닌가. 번다한 말을 생략하고 자신을 절제함으로써 생겨난 여백에 실핏줄이 돈다. 나뭇가지가 모세혈관처럼 뻗어갔다면 빈 나뭇가지야말로 또 하나의 잎맥이다. 그렇다면 나뭇가지 뻗어가는 저 광대무변한 허공이 또 하나의 이파리라는 말이 아닌가.

잎을 다 떨어뜨린 뒤에야 갖게 된 '하늘 나뭇잎'은 아무도 떨어트릴 수 없는 잎이다. 그러니 허공이 나무를 껴안은 것이 아니라 나무가 허공을 껴안은 것. 춥고 외로운 시절 넘치던 장식을 버린 채 근본으로 돌아간 겨울나무를 생각한다. 한 생애를 채웠다 비운 나뭇가지 끝이 회초리처럼 아프고 맵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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