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로 추대된 뒤 업무 인수작업에 들어갔던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문화관광체육부의 반발에 돌연 총재직을 고사하자 야구계가 또 다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유영구 이사장의 고사로 일단 정치권이 낙점한 걸로 알려진 박종웅(55) 전 국회의원이 KBO 수장이 될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낙하산 총재'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던 프로야구 야구단 사장들이 23일 열릴 KBO 이사회에서 박 전 의원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을 추천할지 속단할 순 없다.
유영구 이사장은 22일 측근을 통해 총재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유 이사장 측근은 "프로야구는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데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면서 "이쯤에서 물러날 테니 사장단이 더 좋은 분을 뽑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1일 정부 인사와 KBO 총재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 사장단은 지난 16일 조찬 간담회를 통해 유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추대했다. 그러나 총재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7일 총재 추대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절차상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이상기류가 돌았다.
KBO는 18일 이사회를 통해 유 이사장을 신상우 총재의 후임으로 추천할 예정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의도대로 이사회가 23일로 미뤄졌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회원사인 KBO는 대한체육회와 달리 공조직은 아니지만 정부 주도로 출범했기에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신상우 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KBO 수장이 됐다.
오명 전 총재는 지난 93년 취임 후 한달도 안돼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다. KBO 총재직은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보은의 자리 혹은 정치인이 거쳐가는 자리가 됐다.
한 야구인은 유 이사장의 하차에 대해 "총재로 내정된 분께서 유 이사장이 고사하는 모양새를 원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올해 여름부터 부산 지역에서 차기 KBO 총재로 거론됐다.
역대 10명의 총재 가운데 유일한 민선 총재인 박용오 전 총재(98~2005년)는 무보수로 일했다. KBO 총재는 연봉 2억원에 판공비 1억원, 그리고 고급승용차와 기사가 제공되는 자리. 유영구 이사장 역시 야구를 위해 봉사한다는 뜻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할 계획이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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