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앞의 쥐가 이랬을까? 아마추어 초청팀 신협 상무는 인천 대한항공 앞에만 서면 약했다. 2005년 성탄절에 3-2 승리를 거둔 뒤 올해까지 무려 19연패. 주눅이 들만 했지만 '불사조' 상무 배구단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었다.
상무(尙武) 정신이 투철한 상무 배구단이 2008~09시즌 NH농협 프로배구 우승후보 대한항공을 제압했다. 상무는 23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방문경기에서 임동규(24점)의 왼쪽 강타를 앞세워 3-1(23-25 25-21 25-23 25-23) 역전승을 거뒀다. 상무는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을 상대로 무려 1,095일 만에 승전보를 올렸다.
출발은 대한항공이 좋았다. 대한항공은 좌우 쌍포 칼라(18점)와 김학민(10점)을 앞세워 1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그러나 상무 최삼환 감독과 선수들은 기가 죽지 않았다. "져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지휘관의 지시에 임동규와 김정훈(17점) 등 병사들은 대한항공 '거인'을 상대로 강스파이크를 펑펑 때렸다.
상무는 2세트를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3세트와 4세트마저 25-23으로 따냈다. 승장 최삼환 감독은 "용병 칼라의 서브리시브가 약한 것 같아 서브를 집중했는데 주효했다"며 웃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약했지만 상대 약점을 집중 공략한 끝에 얻은 승리인 셈이다. 패장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은 패배가 믿기지 않은 듯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코트에 서 있었다.
최삼환 감독은 "한국전력은 두 번 이겼지만 진정한 프로팀을 상대로 이겼다는 점에서 기쁘다"면서 "내일 부대에 복귀해서 부대장님께 승리를 보고하고 선수단 외박을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병장 임동규 등 18명의 병사들은 대한항공이란 월척을 낚은 데다 특별외박까지 받게 돼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상무는 이날 승리로 3승7패가 됐지만 2위 대한항공은 7승3패가 돼 3위 삼성화재(6승3패)와의 승차가 반경기로 줄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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