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 2009'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 정례회동을 갖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로부터 보고받은 문건 제목이다. 3쪽 분량의 경제 위기 극복 방안 보고서의 키워드는 '속도전'이었다. 4대강 사업 등을 전광석화처럼 착수해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여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이 대통령은 속도를 강조하는 박 대표의 처방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신속한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질풍 2009'란 구호를 쓰는 방안에 대해선 흔쾌히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구체적 경제성장률을 제시하는 것에도 난색을 표시했다. "성장률은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외국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이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구호나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실제로 행동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고도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경제 여건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성장 목표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성장률을 2~3% 내에서 버티도록 해보겠지만 내년 상반기에 더 어려워지면 그때 조정하면 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목표를 설정한 뒤 강하게 밀어붙여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이 대통령이 요즘 구체적 목표나 성장률 제시에 난색을 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측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첫째 요인으로 든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대선 때 내놓은 747공약(7% 성장ㆍ4만달러 국민소득ㆍ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 초반부터 좌초한 상황에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747공약이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장미빛 공약'이 된 상황에서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할 경우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은 '녹색 성장'외에는 747공약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만한 새로운 경제정책 목표나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747공약은 10년을 내다보고 만든 비전이므로 폐기되지 않는다"면서 위기 극복 뒤에 고도성장을 계속 추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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