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달말 1,500원을 넘어서며 시장을 뒤흔들었던 환율이 1,200원대까지 하락(22일엔 1,309원으로 반등)하는 등 점차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양상이다. 한ㆍ중, 한ㆍ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한데다,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로 들어선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금리에 이어 ‘양적 완화’정책까지 채택함에 따라 미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장기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원화의 상대적 강세전환(원ㆍ달러환율 상승)은 이제 어느 정도 굳어지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원화 강세 수혜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국내 기업들이 실적전망을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고, 각국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떨어뜨리면서 실물 경기의 불안정이 주가의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 및 외국인 매수세 등 최근 수급 여건은 나아졌지만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는 시각이 많아 상승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 단기 급등으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당분간 눈에 띄는 주도 업종이 없다. 현실적으로 원화 강세주외엔 달리 시선을 사로잡는 테마가 없는게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 그 동안 외화로 생긴 빚이 많은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그 동안 외화 부채가 많았던 기업들의 빚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하게 바뀔 기회”라며 “외화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상위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ㆍ자동차ㆍ정유ㆍ상사ㆍ해운ㆍ철강 업종을 그 대상으로 꼽았다.
특히 키코(KIKO) 피해 주들의 앞날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렸던 지난 18일 키코 손실주로 꼽히는 태산엘시디, 씨모텍, 에스에이엠티, 심텍 등이 모두 상한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 해외 여행이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동안 부진했던 여행 업종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한양증권은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 ▦대규모 달러 부채 보유 기업 ▦달러 기준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 등이 환율 하락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며 농심ㆍ한국전력ㆍ한진해운ㆍ포스코ㆍ하나투어ㆍKT 등을 꼽았다. 또 신영증권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업종으로 전기가스, 에너지, 음식료, 항공, 해운 업종을 꼽았다.
은행주 역시 대출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면서 또 다른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다. 도이치뱅크는 원ㆍ달러 환율 안정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이란 이유로 하나금융의 목표 주가를 종전보다 50% 넘게 올렸다. 정부가 은행들의 자금 경색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금리 인하로 인해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또 자산 재평가로 대규모 차익이 예상되는 보험주와 지수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 증가가 점쳐지는 증권주 등도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단 환율이 내려가면 상품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 들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들 상품의 가격 동향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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