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다. 소는 성실과 근면, 끈기의 대명사인 동시에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큰 덩치 때문에 가끔 아둔하고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는 충직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었다. 농사일을 위한 필수적 노동력이었고, 일상 생활에서는 운송 수단이었으며,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목돈을 장만할 수 있는 비상 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했고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띠 해를 맞아 24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소와 함께 세상 이야기, 우행(牛行)' 전을 열고 우리 문화 속에 나타난 소의 모습들을 100여점의 유물과 자료를 통해 조명한다.
1999년부터 매년 연말 여는 '띠 특별전'이다. 전시를 기획한 구문회 학예연구사는 "광우병 파동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지만, 소는 가장 사람 가까이에 있는 동물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우리 사회가 소걸음처럼 느려도 꾸준한 노력으로 경제위기 등 어려움을 이겼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십이지간지 속의 소', '일상생활 속의 소', 소의 상징성이 담긴 유물들을 모은 '비유 속의 소'라는 3가지 테마로 나뉘어진다. 십이지 중 소를 지칭하는 '축(丑)'은 달로는 음력 12월을 가리킨다.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은 소의 속성이 씨앗이 땅 속에서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에 이 때에 배정된 것이라고 한다. 방향으로는 북북동, 시간으로는 새벽 1~3시를 담당한다. 천문도와 해시계, 십이지도 등의 전시물들을 통해 소의 이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신성한 제물로 사용했고, 정월 대보름 즈음 마을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소놀음굿이 펼쳐지곤 했다. 전시장에는 황해도 소놀이굿에 쓰이던 소탈이 나와있다.
조선시대 '경직도'는 1년 주기의 농경생활 풍경을 그린 것으로, 그 속에는 쟁기질을 하거나 나들이 가는 여인을 태우거나 짐을 나르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소들이 등장한다.
속세를 떠난 삶을 동경한 옛 선비들은 그림이나 시문에 소를 자주 등장시켰다. 느릿느릿한 걸음 속에서 유유자적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그림 '화조도'에서는 소를 탄 목동이 피리를 불고 있다.
또 누운 소의 모양을 한 지형도도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누운 소의 모양이나 소의 뱃속 모양을 닮은 지형을 길지나 명당으로 여겼다고 한다.
소가 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원하는 소 부적, 대한제국 때의 소 보험증권 등은 소가 재산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1901년부터 2009년까지의 역대 소띠 해 달력들은 소띠 해에 일어난 굵직한 역사 속 사건들을 돌이키게 한다. 코뚜레, 멍에, 여물통 등 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도구들은 물론, 소뿔로 만든 화각 공예품, 쇠가죽으로 만든 북과 장구 등 악기도 전시돼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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