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기기 업체 S사의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22일 불구속 입건된 계모(40)씨는 어이없게도 이 회사 대표이사였다.
계씨는 3월 S사가 독자 개발한 보일러와 에어컨 기능을 동시에 갖춘 냉난방시스템의 설계도면과 시제품을 중국 M사에 몰래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월급 사장'인 계씨는 기술 유출 대가로 M사가 관련 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수출할 때 국내 독점 판매권을 받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장의 행보를 수상쩍게 여긴 임직원들의 고발로 덜미가 잡혔다"며 "계씨가 '월급 사장'이었다지만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인데, 기업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며 혀를 찼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속에서 '기술 빼가기' 전쟁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연구 핵심인력이 전직하며 통째로 기술을 빼가는 것은 예사고, 사장이 회사 기술을 빼돌리는가 하면, 대기업들간 물고 물린 기술 유출 난타전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에 붙잡힌 산업기술 유출사범은 11월까지 모두 221명으로, 40~80명 선이던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 기술 유출시 피해규모도 27조여원에 달해 지난해(4조 459억원)보다 6배 이상 급증했다.
기술 유출 분야도 반도체ㆍ휴대폰 관련에서 항공기 엔진 코팅, 치과용 의료기기, 첨단 섬유 소재, 온라인 광고 기법 등 다양한 영역의 첨단 기술들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온라인 광고 업체 A사 사례는 S사와 반대로 직원들이 공모해 사장을 '왕따'시키고 일을 벌였다. 10여명의 직원 중 7명이 올 초 무더기로 퇴사하면서 온라인 게임 광고 기법을 중국에 넘긴 것이다. 중국 업체가 이 기술을 상용화 해 상장되면 지분 20%를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이들의 행각은 공모 제의를 받은 기술이사(37)가 양심선언을 해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중소 업체들은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술자들이 차라리 중국 등에 넘겨 대가를 챙기겠다는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구속된 노틸러스효성의 전 직원 설모(33)씨는 노틸러스효성의 은행자동화기기(ATM) 관련 기술을 경쟁사인 LG엔시스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업체는 금융자동화기기 분야에서 선두로 알려져 있다. 후발 주자인 LG엔시스가 노틸러스효성측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태양광 전지' 제조기술을 둘러싼 대기업간 기술 유출 의혹도 점입가경이다. 서울경찰청은 22일 태양광 전지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제조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A사의 이모 전 상무를 구속하고, 전 임직원 2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퇴사하면서 무단 반출한 기술자료를 B사에 넘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이에 대해 B사는 "컨설팅 자문만 받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A사도 폴리실리콘 기술을 빼갔다는 혐의로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고소 당한 상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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