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KBO 총재를 구단이 자율적으로 뽑는 일이 이번에도 무산됐다. 이사회 개최를 하루 앞둔 22일, 프로야구 사장단에 의해 신상우 총재 후임으로 추대된 유영구 명지재단 이사장이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말이 '자진사퇴'이지 포기나 다름없다.
그의 추대가 알려지자마자 문화관광부는 절차를 문제 삼았고, 여권의 고위 관계자도 "KBO 총재는 문화부 소관"이라는 말로 힘을 보탰다. 문화관광부가 제기한 절차 상의 문제란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KBO가 정부의 돈을 받고 있으니 당연히 정부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엄격히 말해 두 가지 모두 맞지 않다.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단법인 KBO의 총재 선임에 대해 문화부는 사후 승인권만 갖고 있고, 지원금 역시 스포츠 토토의 수익금인 만큼 일종의 배당금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지금껏 이런 논란이 한 번도 불거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상 정부가 총재를 마음대로 선임해왔기 때문이다. KBO 이사회는 박수만 치면 됐다.
1982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정치적 목적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숙명처럼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총재로 맞아야 했다. 지금까지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KBO 스스로 뽑은 구단주 출신 박용호 두산그룹 회장을 뺀 9명이 프로야구와 관계없는 정치권 인사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평소 야구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프로야구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정치적 보은의 자리로 생각하거나 정치 복귀를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쯤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 총재도 어김없이 바뀌는 바람에 지금까지 5명이 2년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비리에 연루된 총재도 3명이나 된다.
관중 500만 명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모처럼 부흥기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돔구장 건립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그래서 팬들 역시 이번만큼은 전임 총재처럼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진정으로 야구에 대한 사랑과 비전을 가지고 일할 새 KBO 총재가 오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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