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투자자의 고통은 극심했다. 자산은 반으로 줄고, '묻지마 투자'는 독(毒)이라는 값비싼 교훈도 얻었다. 그러나 원금을 만회하기위한 지나친 욕심은 경계해야 한다. 내년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기축년(己丑年) 새해에는 소처럼 우직하게 발걸음을 떼야 한다. "펀드 투자에도 원칙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내년 경제상황을 고려해 5가지 정도만 기억해두자. 핵심은 "상반기엔 10년 장기투자로 하반기엔 유동성 랠리 대응으로 접근하자"(현대증권)는 것이다.
EPS성장률과 ROE를 살펴라(국내펀드)
IMF 외환위기 당시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은 대부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실물경제의 침체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순이익(EPS)이 받쳐주고, ROE가 높아 꾸준한 기업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펀드가 제격인 셈이다.
EPS성장률이 높은 펀드는 중대형 가치주펀드로 분류되는 '탑스 밸류주식'(SH자산운용)이 거론된다. ROE 상위 펀드엔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가 돋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글로벌로 승부하라(해외펀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소비 둔화로 내년에도 전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회사 및 제조업체들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고, 고용지표 역시 악화일로다. 흔히 해외펀드는 국가 단위로 가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위험을 분산하고 최소화하기 위해선 '단일국가'펀드가 아닌 '글로벌'펀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인스타를 발굴하라
내년 증시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압도적이다. 하반기 반등을 견인할 재료는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이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최소한 '미니' 유동성 랠리를 준비하기 위해선 새내기 펀드를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조정장에서 신규 설정된 펀드는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어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6개월 이내 새로 생긴 펀드 107개의 기간별 성과를 측정해보니 적극적 운용과 종목 발굴면에서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의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고 했다. 단 반짝 스타로 끝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새내기 펀드'를 고를 때는 성과의 지속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구관이 명관이다
위기가 진정되고 유동성 랠리가 반등을 이끈다면 과거 상승장에서 성과가 양호하고 편입 종목들의 기초체력이 우수한 펀드로 접근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검증된 펀드'에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 '삼성코리아대표주식'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등이 있다. 특히 이들은 대형 우량주의 비중이 높아 연기금의 매수 및 FTSE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중국
내년도 해외펀드 투자원칙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국가 ▦테러 및 정정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국가는 피하라는 것이다. 결국 해외펀드 투자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공산이 크다. 투자 포인트는 중장기 기초체력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국가.
이 때문에 여전히 매력적인 곳은 올해 크나큰 절망을 안겨준 중국이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성장성을 유지해, 위기가 잦아들면 상승 탄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단 이미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자산배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지역 비중이 해외펀드 중 50%를 차지하고 있어 쏠림 현상을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상반기엔 적립식, 하반기엔 거치식을 노리라는 지적도 있다. 박용미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립식을 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며 "적립식을 통해 내년 하반기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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