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정책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첫 핵실험 직후인 1965년 1월 미국을 방문해 “(중일)전쟁이 나면 미국이 즉시 핵으로 보복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이 이날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사토 총리는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 미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미 핵무기의 일본 내 반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중국과 “전쟁이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미국의 핵 보복을 요청했다.
사토 총리는 “그때 육상에 핵무기용 시설을 짓는 것은 간단치 않을 수도 있지만 해상이라면 바로 가능하다”며 핵무기 탑재 함선의 일본 진입을 용인했다. 이에 맥나마라 장관은 “기술적으로 문제 없다”고 답했다.
사토 총리는 린든 존슨 당시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중국이 핵을 가진다면 일본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98년 해제된 미 공문서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이 내용은 이번 일본 외무성 문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사토 총리는 맥나마라 장관에게 “기술적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주개발을 위해 로켓을 생산하고 있다. 이것은 필요하다면 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토 총리는 또 존슨 대통령에게 “중국이 핵무장을 해도 일본은 핵무장은 하지 않고 미국의 안전보장조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일본을 지켜준다는 보장을 해달라”며 미국의 핵우산 보호 다짐을 이끌어냈다.
1964년부터 72년까지 총리를 지낸 사토는 재임 중 핵무기확산금지조약을 체결하고 핵무기를 제조, 보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천명한 공로를 인정 받아 7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나가사키(長崎)원폭피해자협의회 등 원폭피해자 단체들은 “한쪽에서는 비핵 3원칙을 말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반입을 용인하는 것은 노벨상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이라며 비판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이날 “사토 총리의 발언은 핵 억지력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비핵 3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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