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한 방에서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온종일 가득 울려 퍼졌다. 다국적 제약회사 사노피-아벤티스 임직원들이 연말이면 으레 술 마시며 흥청망청하는 송년회 대신에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초록산타 병원 연말파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로 크리스마스에도 병원에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은 잠시나마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 됐고 이 회사 임직원들도 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일하는 사무실에서 벗어나 소박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나눔의 시간을 경험했다.
디지털 문화는 스피드와 효율성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돕고 온정을 나누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조화를 이룰 때만이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올해는 유독 더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온라인에서는 지금 십시일반으로 서로를 돕고 나누는 새로운 기부 문화가 유행하면서 아날로그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포털 네이버의 메일을 활용한 해피빈 콩 모으기도 네티즌 사이에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과 NHN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이 온라인 네트워크 기부는 작은 손길들이 모여 아이들 공부방과 도서관, 불우이웃 등 소외계층을 돕는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국제자연보호협회의 지구촌 열대우림 보호 프로그램에 기부해주는 서비스도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독일의 포레슬(http://kr.forestle.org)이라는 이색 서비스인데 네티즌은 따로 돈을 내지 않고 이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구글 문맥광고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모아 기금을 만든다.
최근 만났던 사회복지단체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org)의 이일하 회장은 "최근 인터넷 기부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나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미국 CNN이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부문화에 대해 크게 보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디지털은 나눔 문화를 좀더 편하고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눔을 위한 검색과 참여, 마우스 클릭 몇 번뿐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나눔은 세상을 춤추게 만들 것이다.
김종래 IT칼럼니스트 jongrae@gmail.com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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