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드'는 막장드라마의 준말이다. 설정과 스토리가 '막장'이라고 할 만큼 엉망이어서 막장드라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유의어도 있으나, 막드는 멜로처럼 보다 장르적인 특징을 갖는다.
여주인공은 기구한 팔자고, 남자 주인공은 양복을 입고 뭔지 모를 바쁜 일을 하는 실장님이며, 남자 주인공이 결혼했다면 불륜이 추가된다. 물론 수습 불가능한 극단적인 에피소드를 계속 터뜨려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 이상한 전개는 필수다.
KBS '너는 내 운명'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여주인공 새벽(윤아)의 친모가 역시 갑자기 시한부라는 것이 밝혀지고, SBS '아내의 유혹'은 30회 남짓한 시간 동안 불륜과 살인미수와 자살이 모두 등장한다.
막드는 '맛있다, 맛없다' 라는 평가 대신 '맵다, 짜다' 같은 자극으로 끌리는 음식과 같다. 때문에 막드는 언제 채널을 틀어도 자극적이어서 매일 습관적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장년층 이상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너는 내 운명' '아내의 유혹' 등은 중장년층 시청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모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다. 막드는 시청자가 욕하고, 제작진은 변명하느라 바쁘지만 결국 제작사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일종의 '길티 플레져'다.
특히 막드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을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은 자신의 부족한 연기력을 드러내면서 놀림감이 된다. KBS '너는 내 운명'의 호세(박재정)는 어설픈 연기로 인터넷에서 발로 연기한다는 의미의 '발호세'로 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막드 최악의 막장은 한국 가족 드라마의 붕괴다. 10여년 전만 해도 가족 드라마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처럼 가족의 갈등과 통합의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 일종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막드의 원조격인 임성한 작가가 히트를 기록한 뒤부터 가족 드라마는 점점 더 가족 드라마의 탈을 쓴 막드로 변하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라이벌 격인 문영남 작가가 과거에는 KBS '정 때문에'로 가족의 따뜻한 정을 그려냈다는 사실은 요즘의 막드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도, 시청자도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가치나 어른들의 삶의 방식 대신 막장의 자극을 선택했다. 그 점에서 막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품위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매일 30분 동안 주어지는 막장의 쾌락 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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