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하는 할당관세를 1%에서 3%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주유소의 휘발유와 등ㆍ경유 판매가가 ℓ당 10원 가량 오를 전망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판매가가 떨어지자 국민들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발 빠른 세수 확보에 나선 것이다.
관세 철폐를 주장해온 정유업계에선 뒤통수를 맞고 할 말을 잊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량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원유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도 원자재에 대해서는 무관세가 대세이다.
‘기업프렌드리’를 외쳐온 정부가 이런 업계 반발에도 관세 인상에 나선 것은 종부세 감소로 인한 국세 부족분을 메워 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휘발유 관련 세금은 가장 조세 저항이 적고, 걷기도 쉬워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서 옥외 간판 등에 세금을 매기는 간판세를 비롯, 다양한 지방세 신설도 밝혔다. 종부세 개편에 따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방 재정 확충 목적이다. 결국 소수의 감세를 위해 다수가 새로운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서민들 푼 돈을 모아 부자들 목돈을 만들어준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국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높은 유류세를 부담하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각종 세금이 800원에 달해, 소비자 가격의 60%에 가깝다.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내러 다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운전자는 정부 실책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급등, 그 동안 국제 유가 하락의 수혜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혹을 떼 줘도 시원찮을 판에 혹을 더 붙이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5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수 진작 등을 위해 보조금 휘발유 가격을 ℓ당 5,500루피아에서 5,000루피아(613원)로 10%나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우리 세정당국이 인도네시아보다 못하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
박일근 경제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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