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금융 위기는 우리 사회의 허술한 금융안전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금융 신용 7등급 이하 720만, 대부업 이용자 580만, 신용불량자 280만 명으로 추계되는 금융소외계층의 문제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금융소외계층의 재기를 돕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 복지비용의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 안정은 더욱 힘겹게 될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사회 안정 해치는 '금융소외'
우리 사회에는 제도권 금융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신용불량자의 낙인과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금융 사다리'를 제공하는 제도가 많지 않다. 오래 전에 지역금융의 기치를 걸고 출발한 신용협동조합은 지역의 '건강하고 안전한' 고객을 상대로 하는 전문금융기관으로 바뀌었다. 지역은행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금융 환경에서 금융 소외계층들은 연리 200%의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사채시장을 찾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서민 금융과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도록 은행권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 경제적 비주류를 제도권 금융기관에게 도우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 논리에 비추어 볼 때 한계가 있다. 설사 제도권 금융기관이 움직인다 하더라도 정부의 눈치를 보며 단기적인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적 구조를 통한 해결 방안만 찾는 것도 문제다. 경제활동인구 5명 중 한 명이 금융 소외계층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금융소외 해결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나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공적 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개발금융기관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금융'을 모토로 출범한 몇몇 마이크로크레딧 기관들이 유일하게 지역개발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연대은행도 지난 6년간 650곳의 자영업체와 사회적 기업체에 자금 및 경영컨설팅을 제공하여 일자리 창출과 빈곤 탈출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무담보 마이크로크레딧이 85% 이상의 높은 상환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크레딧의 목표인 자립이 돈만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세심한 지원이라는 기본 원리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러한 시도들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과 사회적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마스터 플랜부터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크레딧 기관들은 기업의 기부와 정부의 위탁기금에 의존하고 있어 매우 불안정한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에 대한 지원은 주로 금융기관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고객을 창출하여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금융기관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생의 사회공헌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딧 지원 늘려야
최근의 금융위기로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소외계층의 고통은 당사자 개인의 힘과 의지로는 실로 감당하기 어렵다. 수많은 금융소외계층의 고통과 좌절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정부와 사회가 잘 헤아려, 금융위기를 금융안전망 확보의 좋은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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