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산만 꾸준히 오른 사람과, 산이란 산은 다 오른 사람, 어느 쪽이 더 산을 잘 알까? 하나의 취미에만 전념하여 마니아가 된 사람과, 팔방미인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한 사람, 어느 쪽이 더 내면이 깊을까? 하지만 고민할 필요 없게도, 서민은 이것저것 해보기가 어렵다. 대학까지 16년 동안 학생이어야 하고,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 취직을 하기도 힘들지만, 취직하게 되면 열심히 다녀야 하고, 하다 보면 벌써 인생의 반은 흘러가버린 뒤다. 다양한 취미 활동은커녕 한 우물도 파기가 어렵다. 구체적인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간접경험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직접경험은 뼈가 되고 살이 되는데 말이다.
방학이다. 알바 시장으로 떠나야 할 대학생들, 공부할 때에 취미 생활은 고사하고 돈 벌어야 하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대학생들이 이런 불경기에 그나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알바가 편의점 판매원, 서빙, 주유원 등이다. 물건 파는 일, 음식 나르는 일, 기름 넣는 일 하나만을 진지하게 경험해도, 한 우물만 파도, 다른 접해보지 못할 일들도 겪어본 듯이 성찰할 수 있는 내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알바를 소중한 직접경험의 기회로 여기면, 억울함도 가시고 한결 명랑해지지 않을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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