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난장판이다. 한나라당이 '법안 전쟁'을 선언하고 민주당이 '결사 저지'를 다짐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설마 이 지경에 이를 줄이야. 어제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상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은 엉망이 됐다. 대형 해머에 두들겨 맞아 떨어져 나간 문짝, 깨어진 유리창, 마구 널브러진 책상과 의자, 소화기 등은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하다.
소관 상임위에 동의안을 상정하는 것만으로 이런 충돌을 겪었으니,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거칠 때까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정기국회의 허송세월을 보충해 보자, 민생법안 심의에 매달려 경제위기에 떠는 국민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자던 임시국회의 근본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
이런 사태를 빚고도 '네 탓' 주장에만 열을 올리는 여야의 태도는 국민의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하니 강행 상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의 '전쟁' 선언으로 정상적 법안 심의의 길이 막혔으니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민주당의 주장 모두 일면적이다. 여야 모두 이런 무용한 논란에 매달리지 말고, 국민 다수의 뜻에 스스로의 행동을 비추어 합리성을 회복하기를 촉구한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분포가 주권자의 뜻에 따른 것이고, 야당에 과거와 같은 도덕적 우위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반대 주장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여당의 독선을 막으려 애쓰는 것이 한계다. 힘으로 거대여당에 맞서는 것은 소수 야당의 역할이 아니다.
다른 법안도 아닌 FTA 비준동의안의 상정을 강행한 한나라당의 자세는 더욱 우려된다. 시급한 세출 관련 예산 부수법안이거나 민생법안도 아니고, 협정의 상대방인 미 행정부의 태도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비준동의안을 밀어붙이는 속뜻이 궁금하다. 국민 반응을 살펴 다른 정치ㆍ사회ㆍ이념 쟁점 법안의 무더기 처리 가능성을 가늠하자는 뜻이 아니기를 바란다. 힘의 우위를 남용하려는 유혹은 당당하게 국회를 이끌어 나가기에 충분한 힘을 안겨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