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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봇대 행정'에 수사를 자청한 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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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봇대 행정'에 수사를 자청한 민원인

입력
2008.12.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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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일보 1면 머리에 "나를 수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전봇대 행정'에 부도 위기 주상복합 사업주의 항변>이라는 부제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전봇대 행정'이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일화에서 나온 말인데, 산업현장의 불필요한 규제를 야기한 일선 공무원의 나태함과 탁상행정을 일컫는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도 그 뿌리를 뽑느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업주의 주장과 성남시의 해명을 살펴보면 최소한 두 가지 문제점은 드러난다. 시장이 일방적으로 공약을 해 놓고 땅 소유주에게 기부채납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 사업을 하겠다는 민간인에 대한 공무원들의 대응이 몹시 비협조적이라는 점이다. '전봇대 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현 시장이 2006년 선거에 출마했을 때 "해당 부지의 3분의 1을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공약하고, 이후에도 소유주와 일언반구의 조율이 없었다는 대목은 이해하기 어렵다. 인근 주민들이야 공원이 생긴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엄연한 사유지인 만큼 적법한 절차에 따른 협의를 거쳤어야 했다. 시장의 공약이라고 기부채납을 당연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7차례의 사업승인 신청이 모두 반려되다가 부지의 33.3%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신청서가 접수됐다.

사업주에 대한 시청 공무원들의 자세는 아주 옛날 권위주의에 찌든 관료들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출입도 못하게 하고, 핀잔과 꼬투리 잡기로 일관하고, 옆에 세워두었다 가 그냥 돌아가게 하는 등 사라져야 할 공무원의 못된 습성을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시청 측은 "홀대하지 않았다"고 해명하지만 당사자가 모욕과 홀대를 당한다고 여겼다면 공무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시 의원들까지 나서서 사업에 비리의혹이 있다고 주장하자 그는 "제발 나를 수사해 달라"며 시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실제로 범법행위가 있었는지는 검찰에서 밝혀지겠지만, 그 동안 드러난 성남시의 일방적 압력과 '전봇대 행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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