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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813종 1599권 출품…갈피마다 책쟁이들의 魂과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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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813종 1599권 출품…갈피마다 책쟁이들의 魂과 열정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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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제49회를 맞은 한국출판문화상에는 모두 813종, 1,599권의 책이 출품됐다. 깊어진 불황에 얼굴이 가맣게 졸아들면서도 부지런히 책을 쓰고 찍어낸 한국의 책쟁이들이 자선(自選)한, 2008년 한국 출판의 정수다. 이 가운데 46종이 15일 열린 예심에서 본심에 오를 후보작으로 추려졌다.

예심 심사위원들은 후보작을 고르면서 오늘날의 출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최악의 출판 침체기에도 묵묵히 책을 만드는 이들에 대한 평가로 시작된 이야기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들을 드러내며 한국 출판의 지형도를 그려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를 "책을 읽을 시간도, 쓸 시간도 많지 않았던 해"로 규정했다. 촛불정국과 지갑을 열기가 두려운 경제난 등이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만든 원인으로 거론됐다.

우려가 집중된 부분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학술서의 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목소리는 높아도, 긴 호흡으로 그것을 분석하는 저서의 출간이 없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무게있는 저술을 내기보다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등재 학술지에 논문 한 편이라도 더 실어야 인정받는 학계의 풍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양과 학술 서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도 도마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전문 지식의 벽이 낮아지는 것 자체는 긍정했지만, 학술서의 수준이 낮아지는 방향으로의 대중화에 대해서는 쓴말을 쏟아냈다. 소장 학자들일수록 저술에 소극적인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손쉽게 편집한 지식의 나열이 교양서라는 테두리로 마구 출간되고 있는 현상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인터넷에서 몇 개의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짜집기할 수 있는 책, 엔터테인먼트의 수단이 돼버린 책이 그런 것이었다. "생산재 역할을 해야 할 책이 소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한 심사위원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ㆍ청소년 분야의 책은 픽션에서 논픽션으로 대세가 넘어가는 흐름이 주목됐다. 논픽션의 소재를 다양하게 가공하는 방법론, 인지과학 등 새로운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소통법이 과제로 제기됐다.

학자들의 저술 의지 약화, 출판계의 기획력 고갈이 결국 번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번역된 글들이 쉽게 읽히지 않는 것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됐다. 해외에서 화제가 된 책이 수입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조선'이 흥행의 키워드가 된 사실도 화제였다. 조선의 전통, 조선의 선비를 소재로 삼은 교양서들은 올해 출판계의 두드러진 흐름으로 지목됐다.

내년 다윈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봇물을 이룬 진화론 관련 서적, 광우병 논란에 발맞춰 육식을 화두로 삼은 책도 올해 출판계의 특징이었다. 2008년 출판계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총평은 "눈에 확 띄는 대단한 책은 적어도, 출판 환경에 비해 양질의 책이 꾸준히 나왔다"는 말로 요약됐다.

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최종 심사 결과는 26일(금)자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위원

강주헌 (번역가·펍헙 번역학교 대표)

강무홍 (동화작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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