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21일 연말 임시국회의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25일 성탄절까지 각급 채널을 통해 야당과 최대한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 상정으로 형성된 대치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이 기간 야당과 원만한 대화를 통해 타협의 정치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25일까지는 강행처리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도 이제 소수 폭력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대화의 길로 나서달라"며 "그것이 국민의 뜻이고 의회주의의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가 전면적인'입법 전쟁'의 대치정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물밑 협상을 통한 대타협으로 반전되느냐를 가를 연말 정국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전쟁 중에도 양국끼리는 다 만난다"며 "야당과 협의해서 법안 처리를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회개혁 법안들 중 협의 처리해야 할 법안들은 야당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 야당과의 대화의지를 내비친 것이지만 민주당이 "25일 이후 날치기 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라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어 여야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내에서는 야당이 반대하는 한미 FTA 비준안 등의 처리를 뒤로 미루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ㆍ경제관련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는 내용으로 야당과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결사 반대하는 이른바 사회개혁 법안의 처리를 뒤로 미루되 꼭 처리할 법안을 야당으로부터 양보 받는 패키지 딜(일괄타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가 성과로 평가 받겠다는 '돌파노선' 아래 쟁점법안들을 반드시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인데다 여야 간 협의에 대한 야당 내부의 의견통일도 쉽지 않아 25일 이후 여야가 다시 극한 대치에 돌입하면서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고 불법 날치기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전에는 대화와 협상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전면전, 속도전을 요구하며 총사령관으로서 대한민국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었다"면서 "이 전쟁을 이명박의,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전쟁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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