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를 보러 갔다. 만날 텔레비전으로 카메라의 왜곡을 보다가, 맨눈으로 실제상황을 보러 간 것이다. 시설이 딸리는 체육관이라 전광판도 부실하고, 선수들이 멀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화면에 나올 땐 딴세상 사람인 듯 뭔가 다르고 멋지게 뵈던 선수들과 치어어리더들인데, 생으로 만나니 평범하게만 뵌다.
관중들도 마찬가지다. 화면에선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은데, 체육관에선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 같다. 엄청나게 시끄럽다. 화면으로 볼 땐 내가 구경꾼 같지만, 체육관에선 내가 경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작전타임이나 쉬는 시간 때 티브이는 광고를 내보내지만, 현장에서는 치어리더들의 응원과 이벤트, 그리고 응원단장의 마이크 소리가 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고, 먹느라 바쁜 이들이 있고, 이벤트상품에 애착이 강한 이들이 있다. 공 하나를 놓고 사생결단을 내듯 뛰고 달리고 넘어지는 선수들의 직업정신이 느껴진다. 또 화면은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만 봐야 하지만, 체육관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 내 눈길은 한 번도 코트에 나서지 못한 후보선수에 집착할 수도 있는 거다. 카메라의 왜곡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함이 풍부하다. 모든 이들의 열기가 하나가 되어 탁류처럼 넘실거린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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