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고 내년 전망도 비관 일색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추진 환경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세세한 정책 환경이나 국제적 여건보다 오늘 내일의 직장과 끼니 걱정으로 더욱 고달프다.
진보정권 10년을 마감하고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을 의욕과 희망으로 바라봤으나 지금까지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국정 수행의 기본은 절대적인 국민의 지지와 신뢰인데도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관심과 시장의 반응 없이는 애초 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집권 1년 되돌아봐야
집권 1년을 앞둔 이 정부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 속에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고 국정에 임할 경쟁력을 가졌는지, 역점을 둘 정책과제는 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선 경제 살리기 및 공공부문 개혁과 더불어 더 큰 관심을 쏟을 부분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도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동반자적 형평성이 연계될 수 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내수경기도 부진한 상황에서 사회 복지정책의 축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보수적 정권일수록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일관된 신호를 통해 불안에 떨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더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며칠 전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액 중 서민과 빈곤층 지원에 관한 사회 복지비 예산이 일부 증액됐다.
그러나 그 지출항목별 내용을 보면 내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외계층과 얼어붙은 대다수 서민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의 전반적인 경기부양책도 지금과 같은 재정지출 계획으로 실업과 기업부도, 가계부실과 금융기관위기를 적절히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정책의 투명성을 통해 국가통치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인치에 의한 사사로운 정치 행위보다 법치에 의한 민주정치로 법적 안정성을 이어감으로써 정부 신뢰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는 국민에 대해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부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은 정책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국내외적 정책 환경이 어렵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안이 금방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은 정부의 적극적이고 국정을 책임지는 진정한 자세를 보면서 신뢰할 수 있으며 안도하게 되고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를 인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 자체가 보이지 않을 때 정부 신뢰는 무너지게 되고 국정수행 능력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국정운영 시스템 점검을
이제 정부는 국정운영 시스템의 전반적인 작동을 재확인 하고 특히 신속한 국가 위기관리가 필요한 분야의 위기대응 능력을 한번 더 점검해 봐야 한다. 국정수행의 연속성을 위해 사람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금은 내각 경쟁력 차원에서 인적쇄신을 고려해볼 때다. 그리고 다소 국내외적 정책 환경이 어렵더라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세부 전략과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역설적으로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부의 역량과 국정담당 능력이 진정으로 빛나는 법이다.
김용철 부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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