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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직권상정으로…" 고민, 입술 부르튼 金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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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직권상정으로…" 고민, 입술 부르튼 金의장

입력
2008.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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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은 며칠 전부터 입가가 부르터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측근은 21일 “요즘 생각이 많아 수면을 잘 못 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의장을 괴롭히는 것은 네 글자, ‘직권상정’일 것이다.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제대로 대화와 타협을 해 볼 생각은 않고 김 의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당 소속 의원 172명을 봐서라도 김 의장이 직권상정 안 하기는 어려울 것”(홍준표 원내대표)라며 한나라당 출신인 김 의장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직권상정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듯 18일 이후 의장실 점거 농성 중이다.

김 의장은 2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야가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직권상정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좁혀질 것이기에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여야 간 타협 가능성 대해선 “그간 여야를 수없이 만나게 해 보았지만 여야 사정상 이번엔 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의장의 본회의 안건 직권상정 권한은 국회법에 보장돼 있다. 하지만 입법부 수장인 의장이 여당 편에 서서 쟁점 법안들을 직권상정하는 모양새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직권상정을 권한을 행사한 의장들은 야권 등으로부터 “거수기 의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결국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결단하려면 명분과 여론이 관건일 것이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하지만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의장을 설득하거나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하지 않아 서운한 부분이 있다”며 “당 출신이니 당연히 해 주어야 한다는 식은 곤란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21일 의장실에선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직권상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고성학 의장 정무수석은 “국회 운영의 정도는 여야 합의 정신”이라고 원칙을 강조하면서 “예산안과 부수 법안들은 직권상정한 것은 여야가 처리에 합의했기 때문으로 쟁점 법안들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지금으로선’이라고 강조하는 대목은 눈여겨봐야 한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 이상의 더 큰 정치를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김 의장이 ‘의장의 명예’만 생각할 순 없으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이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려면 청와대나 한나라당과 틀어지는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앞으로 청와대와 김 의장 사이에 어떤 교감이 오가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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