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5년 간 이끌어온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 '김대진의 음악교실'이 20일 오후 5시 공연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매년 6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이 음악회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지휘자, 해설자로 1인 3역을 했다. 매번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쓰는 것도 직접 했다.
"3년간 하려던 건데 5년이나 하고 보니 뿌듯합니다. 대본을 쓰고 자료를 찾으면서 공부도 많이 됐어요. 청중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반영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아쉽죠. 강의식 음악회를 하기엔 콘서트홀은 너무 컸다 싶기도 하고요. 이젠 제가 한 것과는 다르게, 새 사람이 새로운 무대를 꾸밀 때가 됐어요."
김대진의 음악교실은 청소년 음악회가 대개 재미를 앞세우는 데 비하면 딱딱한 편이었다. 소나타와 변주곡 등 음악의 형식, 음정과 음계 등 음악 요소, 작곡가별 탐구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예매율 평균 90%를 기록했고, 관객 누계도 마지막 공연까지 합치면 5만 7,000명이 넘는다.
"사실 음악 전공자들에게 어울릴 만한 무거운 내용이었죠. 베토벤의 연인이 누구냐, 바흐의 자식이 몇 명이냐 같은 흥미 위주의 이야기보다는 음악의 본질에 바로 접근하자는 것이 제 의도였어요. 클래식음악에 대한 관심이 청소년기에서 끝나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지려면 음악의 본질을 느끼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요즘 청소년 관객들이 젊은 연주자들에게 환호하는 것을 보면 음악보다 연주자를 보러 오는 게 아닌가, 정작 음악은 놓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렇게 되지 말자고 시작한 게 이 시리즈라고 할 수 있어요."
20일 마지막 공연은 피아노 오케스트라 음악회다. 피아노 한 대 또는 두 대를 두 명, 세 명, 네 명이 함께 연주하고, 24대의 피아노 오케스트라가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하이든 교향곡 '시계' 등을 연주한다.
"그동안 지겨운 공부하느라 수고한 관객들에게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무대예요. 피아노 한 대에 네 명이 아슬아슬 앉아서 연주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세요. 재미있겠죠? "
그는 5월부터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를 맡으면서 몹시 바빠졌다. 특히 이번 연말은 청소년음악회를 마무리하는 것 외에 수원시향의 신년 음악회 연습,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금호아트홀 상주 실내악단의 송년 공연 등으로 수원과 서울을 오가느라 몸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피아니스트로서 자신만의 무대를 꾸릴 여유가 없었다.
"10월에 오랜 만에 독주회를 했는데,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기분이 아주 좋더라고요. 내년엔 피아니스트로서 더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음반도 하나 낼 계획이에요. 곡은 아직 안 정했는데, 요즘 부쩍 슈베르트가 좋아지네요. 지휘자로서 수원시향 일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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