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길모어 지음ㆍ김승진 옮김/이후 발행ㆍ444쪽ㆍ2만원
2008년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 열기의 뒤에는 휴대폰과 캠코더를 들고 현장 상황을 어떤 언론매체보다 빠르게 인터넷으로 알린 시민 미디어들이 있었다. 이들의 '보도'는 바로 포털 사이트의 토론방으로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동력이 됐다. 이는 전문장비와 인력을 소유한 소수의 언론만이 미디어인 세상을 향한 종언이었고, 뉴스를 소비하는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게 됐다는 신호탄이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셈이다.
미국의 풀뿌리 언론의 시발점인 '시민 미디어 센터' 설립자이기도 한 지은이 댄 길모어는 이 책에서 21세기 저널리즘이 근본적으로 이전의 그것과 다르며 그 주인과 생산자는 다름아닌 '책을 읽고 있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디지털카메라가 고가의 방송장비보다 빛나는 미디어 도구가 되었는지도 설명한다.
저자는 저널리즘이 20세기의 매스미디어적 구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적 구조로 어떻게 이행해 가는지를 다양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또한 스팸 메일, 낚싯글, 인터넷 실명제, 명예훼손, 지적 재산권과 저작권법 등 인터넷이라는 매체에서 두드러진 문제점들과 쟁점들을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길모어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달, 즉 누구라도 뉴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여건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룰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민주주의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개인용 테크놀로지가 갖는 긍정적인 잠재력과 그것의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에게 직접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책은 미디어의 민주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된다.
아직 시민 미디어는 갈 길이 멀다.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수익 모델이 없고 전문 언론인이 아닌 이들의 기사가 난립하면서 기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낙관적으로 사태를 전망한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비판 중 타당한 부분을 받아들여 개선책을 마련하고 기득권 세력도 '열린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강조한다, 시민 미디어의 정착을 위해선 반드시 적극적인 뉴스의 사용자가 되라고.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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