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여부에 대해 ‘해제 불가’에서 ‘해제 용인’으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양도세 한시 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에 대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부동산 하락 등 자산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강남 지역을 포함해 부동산 거래가 워낙 얼어붙어 있어 부동산 투기지역을 그대로 두든 해제하든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얼마 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부동산 관련 대책을 책임지고 만들어보라고 한 바 있다”며 “이 말은 최근의 경색된 부동산 시장을 풀기 위해 국토부가 가능한 모든 대책을 만들라는 것이고, 재정부는 이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양도세 한시 면제 방안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사실상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추진 중인 강남 3구 투기지역 추가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이 대부분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투기지역 담당 부서인 재정부 세제실은 물론이고 차관조차 투기지역 해제를 강력 부인했다는 점. 국토부가 전날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재정부와도 협의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재정부 측은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심지어 김동수 1차관도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 “서울 강남 3구는 그동안 많이 올랐고 다른 주택가격 상승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투기지역 등 관련 규제를 해제하는 문제는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같은 말 바꾸기에 대한 강 장관은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워낙 바빠서 실무자들과 의사 소통을 제 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ㆍ차관 간에, 장관과 실무진 간에 중요 사안에 대해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점은 물론이고, 장관이 독단적으로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장관의 생각이 실무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대외적인 혼선이 빚어진 것도 우려되지만, 실무진의 견해를 완전히 무시한 채 장관이 독단적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게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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