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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시 대통령 8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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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시 대통령 8년의 교훈

입력
2008.12.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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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이 한달 뒤면 쓸쓸히 퇴장한다. 그는 물러가지만 우리는 미국의 국력과 명예를 동시에 퇴색시킨 그의 실패를 되새겨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초강대국이기에 위상만 흔들리는데 그쳤지만, 대외의존도가 높고 주변에는 강대국만 포진해 있으며 국가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은 우리는 위험한 북한과 경쟁까지 해야 하므로 유사한 실수를 범한다면 민족 전체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정치와 도덕, 분별 못해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친 부시 대 반 부시로 국민을 양분하는 재선 전략을 취했으며 사회보장제도를 경시하고 빈부 격차 증대를 방관함으로써 인종·계층간 분열·갈등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은 통합의 지도력을 강조한 오바마를 선택하여 그를 응징하였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 정부는 경제정책 뿐 아니라 대북·대외정책에서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뉴욕 월가 발 세계 금융 위기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하여 전세계에서 막대한 금융 수익을 손쉽게 얻던 것이 이제 어렵게 됐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수지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자유방임적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운영에서 비롯된 금융인들의 도덕적 해이에 주요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시장의 기능을 과신하기보다는 정부의 적절한 역할과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입각해 경제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는 유일 초강대국의 국력을 과신하여 국제협력을 소홀히 하고 오만한 일방주의 성향을 보인 것이 잘못이었다. 특히 협상과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쉽게 군사력을 동원한 것이 화근이었다. 더구나 정치를 도덕의 영역으로 착각하여 '선악관'에 입각한 십자군식 전쟁을 이라크에서 벌인 것이 실수였다.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테러 지원과 대량살상무기 생산이란 죄목은 증거를 찾지 못했고, 대량 학살에는 서방도 무관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독재 정권 타도는 공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살상됨으로써 너무 큰 대가를 치렀던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국력이 쇠퇴할 정도의 비용을 치르고도 이라크국민에게서도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 결과와 실적을 중시하는 정치와, 선악을 가리고 동기를 중시하는 도덕의 영역을 혼동한 어리석음이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실용노선인지, 아니면 도덕주의 노선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부시의 대북정책 역시 실패작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6년간 '악의적 무시'와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펼쳤으나 북한은 핵 실험으로 맞섰다. 이에 협상 쪽으로 급선회하여 북핵 폐기 과정을 어느 정도 진전시켰으나, 시간이 부족함을 깨닫고 있다. 만시지탄일 뿐이다. 북한이 핵 실험과 같은 극명한 일탈행위를 범해도 현실적으로 적당한 응징책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계속 궁지로 몬 것은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정책이었다.

대북정책 실패 반면교사로

우리 정부는 유사한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능히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런 상황이 벌어진 다음 부시 대통령처럼 대북정책을 화해쪽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요약하면, 부시 대통령 8년은 경제 운영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보완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고, 대외정책에서는 도덕적 잣대로 상대를 대우하기보다는 실용적 결과에 입각한 현실주의 정책이 현명함을 반면교사로서 보여준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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