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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대전 수원 목포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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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대전 수원 목포 찍고

입력
2008.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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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만원 권 지폐 발행을 무기한 보류하였다. 화폐 뒷면의 대동여지도에 원래 없었던 독도를 그려 넣으면 일본의 주장 하나를 우리가 전 세계에 공식 확인해주는 꼴이라, 그 때문에 일단 발행을 보류하는 것은 합당하다. 한데 일부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백범 김구 선생 대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돈에 새겨넣으려 한다면 반대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국 헌법에도 적혀있던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무시하고 취임사에서 개신교의 하느님을 두 번이나 들먹였다. 그래서인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취임사에서 단군성조(檀君聖祖)를 이야기했고, 이번 정부에서 통폐합된 과학기술부도 처음 만들었다.

우주의 나이는 6000년이며 단군 할아버지나 고조선은 설령 있었다 해도 노아의 홍수와 함께 싹쓸이 됐다고 주장하는 창조과학교회의 뿌리는 이승만 시절부터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문제되는 이유는 과천의 국립과학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진화론이 틀렸다며 생물학 교과서를 바꾸자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창조과학교회의 교리를 교원 직무연수 과정으로 듣고 승진할 때 가산점을 받는 교사들이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교회의 이름이 '창조과학'일 뿐이다.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교리이지 과학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백범 김구 선생을 1949년 6월 26일에 암살한 안두희 소위는 범행 후 48일 만에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 대위로 두 계급 특진하였다. 재판을 시작도 하기 전이었다. 1950년 6ㆍ25 전쟁 발발 이틀 만에 안두희를 풀어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관들은 대구 대전 수원 이리 목포 등지를 돌아다녔다. 일주일 정도 사이에 여러 임시수도를 돌아다녔는데, 대통령이 있는 곳이 수도라는 생각이 확실했던 것 같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이미 지폐에 얼굴이 나왔고 남산에는 동상이 있었다. 내 초등학교 시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전용차에 태극기 흔들려고 길가에서 기다렸다는 말을 했다가 선배 유학생들에게 놀림 당한 적이 있다. 이승만 시절에는 운동장에 모여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쳐다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고 한다. 북한의 김일성 개인숭배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었다.

10만원 권 발행의 무기한 보류는 아쉬운 점이 조금 있다. 정선 카지노의 모든 칩에는 RFID라는 조그만 전자장비가 들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모든 칩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나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능과 마찬가지로 일련번호가 붙은 고액권을 금융기관 입출금 때 추적할 수 있다.

뇌물이나 검은 돈 등의 의심스러운 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의 전자기술과 값싼 메모리 가격 덕택에 지폐가 폐기될 때까지 돈의 흐름을 기록할 수 있다. 이미 신용카드 교통카드와 수많은 감시카메라에서 사람들의 이동경로가 모두 나오지 않는가.

여기에 전국의 현금지급기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니 어려운 경제에도 상당한 투자효과가 있었을 뻔했다. 상품권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자료를 열어보는 암호는 몇 조각으로 나눠넣어서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조각난 비밀번호를 모아 읽어 내게 할 수 있다.

한상근 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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