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2모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길어진 노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며 활기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9회말 투아웃에 인생 역전 홈런을 노리며 '제2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두 남녀 실버족을 만나본다.
■ 바리스타 전복임씨, 할머니 손맛 커피에 다들 반했죠
경남 마산의 커피 전문점 '아리카페'. 이곳은 전복임(67) 바리스타(커피 제조 전문가)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보금자리다. 그 동안 남편 사업을 도우며 지내온 그는 1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마산금강노인복지관에서 연 '할머니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하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아리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라떼, 카푸치노, 모카, 에스프레소 등 영어로 된 각종 커피이름을 외우는 것에서부터 각각의 커피 제조법을 익히는 것까지 바리스타가 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감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바리스타로 일을 하면서부터 매일 출근 시간이 되면 가슴부터 설레요.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거든요." 노 바리스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독특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중ㆍ고교 학생들도 자주 찾아오는 등 단골 손님들도 여럿 생겼다. "'아직도 망설이시나요? 도전하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거든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시작하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전 바리스타가 전하는 실버 취업의 노하우는 '도전정신' 이었다.
■ 커플매니저 임정환씨, 자식 혼사하듯 연륜·애정의 '파파뚜'
'사랑의 큐피트'로 활동하고 있는 임정환(54)씨도 은퇴 후 '파파뚜'로 불리는 커플매니저로 일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대구 농협에서 퇴직 후 인생 2모작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여러 사업을 해봤지만 경험 부족으로 족족 실패했다. 마음의 상처만을 안은 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무렵 결혼정보회사(결혼마당)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로 커플 매니저에 도전하게 됐다.
"커플 매니저는 경제적인 투자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일반 직장에서는 나이가 든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이 되지만 커플매니저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면 장점이 더 많이 생기죠." 임 파파뚜가 커플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부모의 눈 높이에서 젊은 커플들을 맺어주다 보니, 연륜이 묻어 나는 섬세함은 파파뚜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자식 같은 젊은이들이 제 손을 거쳐 하나 둘씩 반려자를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와요. 결혼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도 있구요. 한 때 '퇴물'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 대한 소중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임 커플매니저의 목소리에선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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