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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류동완, 실력도 인간미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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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류동완, 실력도 인간미도 짱

입력
2008.12.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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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 크고 동글동글한 눈이 인상적인 류동완은 2008년 한국바둑리그에서 무섭게 연승 행진을 벌여 바둑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쏘~옥 각인시켜버린 패기 넘치는 20살의 새내기 기사다.

별명은 '단동'. '단신 동완'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우습게 보면 다친다. 축구로 다져진 단단한 몸매가 의외로 단단하다.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울로 바둑 유학와서 오랫동안 혼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적응력과 사회성도 출중하다.

최근 홍익동에 위치한 소소회 연구실이 근처 다른 건물로 이사를 가게 됐다. 이런 힘쓰는 행사(?)가 있을 때는 으레 어린 남자기사들의 몫이다. 하지만 워낙 소소회 인원이 많다 보니 눈치 봐가면서 적당히 쉬엄쉬엄 해도 되는데 이럴 때마다 '무식하게' 열심히 하는 후배가 바로 동완이다.

원래 성품이 남 돕기를 즐기는 것 같다. 언젠가는 연구실에서 같이 공부 하다 어딜 나간다고 하기에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종진이 형(한종진 프로)이 이사하는 날"이라며 도와드리러 간단다. 정말 요즘 어린 애들 같지 않고 인간미 하나는 끝내준다.

동완이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직 입단은 못했지만 연구생 1조에 올라 있는 프로 지망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둘이 서울에 올라와 의지할 곳이라고는 형제밖에 없어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지극 정성이다.

몇 달 전 젊은 기사들 10여명이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국내 기전 예선이 있었던 날이었는지 하여간 많은 사람이 모여 술을 마셨는데 다들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서로 정신 없이 흩어지느라 선배들이 계산하는 걸 까먹고 다 가 버렸다.

할 수없이 마지막까지 정신이 멀쩡했던 동완이가 계산을 다 하게 됐다. 그랬으면 당연히 다음날 연구실에서 형들에게 밥이라도 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아무 말도 않고 있는 모습이 갑자기 기억 난다.

바둑TV를 통해 한국바둑리그를 관전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동완이 녀석 정말 배짱 하나는 랭킹1위다. 시합 때 전혀 긴장하는 법이 없다. "단체전이라 부담되지 않느냐"고 묻자 "글쎄요, 별 생각 없이 그냥 그냥 두는 거죠, 뭐"라며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

수읽기와 판단력, 대처능력이 빨라서 속기바둑에 특히 강점을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약간 경솔하다는 평을 가끔 듣는 것. 생각시간 3시간짜리 바둑에서도 번번히 손이 너무 빨리 나와 패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마추어 때는 어느 정도 경솔함이 패기로 보여 가려질 수 있지만 세밀한 프로바둑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요즘 이창호 국수에게 '여친'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던데 동완이도 얼마 전에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도 생겼다. 그래선지 요즘 얼굴에 부쩍 생기가 돈다.

키는 작지만 눈이 크고 마음이 넓은 '작은 거인' 류동완. 올해 바둑리그에서 보여줬던 속기전의 기세와 함께 반대로 긴 바둑에서 겪었던 아픔을 되새기면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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