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이 당직자에게 의원총회장에 앉아 있던 모 재선 의원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 보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그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를 포함한 각종 회의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평소 의총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인 모 초선 의원은 회의장에 가면 씁쓸한 표정이 절로 지어진다. 소속 의원은 83명임에도 기껏해야 40명 안팎만 모이는 데다 그나마도 늘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회의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의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총의를 모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보다 못한 당 지도부가 16일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의총 정책의총 규탄대회 등 각종 회의에서의 출석 현황 자료를 돌렸다. 연말 법안 투쟁을 앞두고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자는 의미와 함께 일종의 경고의 뜻도 담겨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예산안 협상을 유화적이라고 비판하는 의원들 가운데 5일 여당과 몸싸움이 벌어졌던 기획재정위 대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되느냐"고 꼬집었다.
자료에 따르면 7월 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의총 등 각종 의원모임은 41회 열렸다. 이중 회의의 절반 가량 불참한 의원이 16명이나 됐다. 대부분 재선 또는 3선 의원들이다.
이중 4선의 이용삼 의원은 10회만 회의에 나와 참석률 24%를 기록, 당선 직후 구속돼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정국교 의원을 빼면 불참자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조경태(27%) 강성종(37%) 추미애(37%) 의원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 운영에 비판적 목소리를 많이 내는 김종률 문학진 이종걸 의원 등도 회의 참석률이 절반에 그쳤다.
의총에는 참석해도 규탄대회 같은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 의원도 적지 않다.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의원은 의총 참석률이 88%이지만 결의나 규탄대회에는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료나 학자 출신은 전투모드에 익숙하지 않다는 평가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초선인 백재현 김희철 박선숙 김상희 의원 등은 참석률이 90%대로 거의 꼬박꼬박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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