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합니다."
성남시 제1공단 주상복합 시행사인 ㈜엔에스아이의 안철수(52) 대표는 요즘 밤마다 가위 눌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잠에서 깨고 나면 속옷이 흥건히 땀에 젖을 정도다. 늘 쫓기는 꿈을 꾼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사업에 착수조차 못했는데 벌써 상당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서 주저 앉는다면 투자자들이 내놓은 수 천억원의 돈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만다. 안 대표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회사가 1공단 주상복합 개발에 나섰다 부도 위기에 처한 이유는 너무도 어이가 없다. 성남시장의 공약 한마디가 빚어낸 결과치고는 너무나 가혹했다. 아니 성남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해 사실상 사업자를 모집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업이어서 실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이 불찰이라면 불찰이었다.
안 대표는 2005년 시가 지구단위계획 승인신청을 3차례 반려했을 때만 해도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의 반발이 심하다"면서 신청서류를 그냥 돌려줄 때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2006년 이대엽 시장이 재선 과정에서 해당 부지의 3분의1을 공원화 하겠다고 공약한 뒤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져 해당 공무원이 검찰 조사를 받자 상황은 더 악화했다.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돼도 달라지지 않았다.
신청서를 들고 가면 "용역사 직원이나 보내지 왜 시행사가 직접 찾아오냐"며 아예 출입도 못하게 했다. 찾아오지 말라는 핀잔은 오히려 점잖은 편에 속했다. 한쪽에 계속 세워둔 뒤 그냥 돌아가라는 냉대도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성남시를 찾아갔던 엔에스아이의 한 직원은 "공무원들이 벌레를 본 것처럼 인상을 쓰며 신청서 접수를 거부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2007년에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됐다. "부지 33%를 내놓지 안으려거든 찾아오지도 말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부지의 3분의 1을 기부채납하면 도저히 수익성을 맞추지 못한다고 하소연해도 마이동풍이었다. 도면을 갖고 가 설명회를 해도 "미흡하다"는 한 마디만 하고 돌려보냈다. 협의가 안되니 무엇을 개선해야 할 지 몰랐고, 개선할 점을 알려달라면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안 대표는 "몇 개월씩 개선 작업을 거쳐 갖고 갔는데도 단 한마디로 거절 당할 때 기분은 안 당해 본 사람은 알지 못한다"면서 "하루 1억5,000만원의 이자를 물어가며 피 같은 부지를 조금씩 조금씩 공짜로 제공하면서 눈물을 뿌렸던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안 대표는 올 1월 담당 국장실로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이해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희망을 가졌지만 실무진으로 내려가자 역시나 였다. 열쇠는 부지 3분의 1을 기부채납 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부지 26% 기부채납을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올 1월 23% 기부채납을 내놓았다가 거절 당하자 7월 26%를 제안했고 이마저 통하지 않자 8월에는 적자를 감수하고 32.5%로 올렸다. 그러나 역시 거절이었다. 결국 11월 딱 이 시장의 공약만큼인 33.3%를 적어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안 대표는 "올 1월 도시주택국 회의자료를 입수했는데 그 곳에 '3분의1 기부채납, 방식은 도시개발법으로 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면서 "그 서류를 보고 시장의 공약을 따르지 않는 한 허가 받기가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8일 신흥2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일단 유착이나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던 시의원 2명, 인터넷신문 기자 1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전체를 공원화 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3분의1만 공원 및 기반시설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모든 절차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됐으며 민원인을 홀대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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