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羊)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애꿎게 양을 세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불경기인 요즘 인원감축과 구조조정 소식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양 헤는 밤'을 만들고 있다.
한 수면전문병원이 어른 1,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744명(54%)이 불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숙면 요령을 알아본다.
■ 잠 못자면 우울증 유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30분 이상 지났는데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불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결국 잠들지 못해 다시 일어나기 일쑤다.
정상적이라면 잠자리에 누워 15분 안에 수면의 첫 단계인 '얕은 잠'에 들어간다. 수면 중 잠 깨는 횟수가 하룻밤에 5회가 넘고, 깨어 있는 상태가 30분 이상 되면 불면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오랜 시간 잠을 자도 아침에 기상하기 힘들고, 낮에는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또한 너무 이른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불면증에 속한다. 보통 새벽 3~4시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업무능력도 저하된다. 미국 노스텍사스대학팀 연구에 따르면 특히 청소년기 불면증은 어른이 돼 우울증 발병을 2.3배 높이고, 알코올 중독이나 자살 충동을 유발할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센터 신철 교수는 "불면증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우울증이 올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이 있는 경우 불면증이 나타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럴 때 심각한 신체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침실 온도 20도 정도 유지를
겨울에 숙면을 취하려면 침실 온도를 20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방 안에 냉기가 돌면 숙면은 물건너간다. 침실 온도가 낮다면 옷을 껴입고 자면 된다. 면이나 모 같은 천연섬유는 체온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에 미리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을 침구 안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밤에 잠을 잘 자려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도록 일부러라도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취침 전에 목욕으로 긴장을 푸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취침 한 시간 전에 몸을 15분쯤 물에 담근 뒤 잘 닦고 잠자리에 들면 된다. 이때 목욕 물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것이 적당하다.
지나치게 뜨거우면 오히려 역효과다.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지치게 되고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가볍게 목욕과 샤워를 하면 잠이 잘 오는 이유는 체온이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잠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잠들기 좋은 온도는 20~25도 정도다.
또한 추운 날씨에 문을 꼭 닫고 자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질 수 있으므로 하루에 2~3회 정도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센터 홍승봉 교수는 "실내에 잎이 넓은 화초나 나무를 키우는 것도 공기를 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잠을 잘 자려면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다. 우유에 숙면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된다.
세로토닌은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안겨주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그런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분비량이 줄어든다. 트립토판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오리고기, 생선, 치즈 등에도 들어있으나 우유 외엔 밤에 먹기엔 부담스럽다. 우유 외에도 트립토판이 많이 든 것으로는 바나나, 무화과, 김 등이 있다.
■ 술과 커피 등은 오히려 악화시켜
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커피와 홍차, 녹차, 초콜릿, 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흡연은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자다가 요의(尿意)를 느껴 깰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술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술 마시고 잠들면 잠드는 시간은 빨라질 지 모르지만, 실제 수면 중 깨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불면증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취침 2시간 전부터 술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이밖에 늦은 저녁 시간에 과식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위가 너무 비어있어도 곤란하다. 빈 속에 잠자게 되면 혈당이 떨어져 밤새 몸을 뒤척이고, 식은 땀이 날 수 있다. 양상추와 바나나, 샌드위치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단히 속을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