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협약을 통한 채무 상환 유예, 미분양 아파트 매입, DTIㆍLTV 등 금융 규제,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양도세 면제 등의 세제 완화…. 웬만한 대책은 다 나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벼랑 끝' 신세.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부와 은행, 건설사 등 3주체가 리스크를 나눠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 대책의 속도와 실효성이 문제다. 계획은 연신 쏟아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집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얘기 나온 대주단 협약이 아직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계획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신속한 집행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미분양 아파트 매입, 채무 상황 유예 등의 대책들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며 "정부는 조속한 재정사업 발주, 착공식 이후 지지 부진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사업에 대한 예산집행 등 실물 경기를 살리기 위한 큰 틀의 노력을 통해 건설사들이 스스로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도 문제다. 특히 낙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건설사의 유동성위기를 부추기는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PF대출은 금융기관이 사업 수익성을 검토한 뒤 이를 담보로 이뤄지는 것. 하지만 은행들은 사업의 수익성보다는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대출을 해주는 탓에 '프로젝트 담보대출'이 아닌 '건설사 신용대출'로 변질되어 버렸다.
때문에 제 아무리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을 벌인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은행들이 건설사에 대출창구자체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 PF대출 본래 취지답게 은행이 사업성을 판단해 투자를 하고, 건설사와 함께 리스크를 함께 지고 가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중견건설사 D사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 하나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대출을 했다면 은행들도 PF대출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들이 대주단 가입 승인 심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생존이냐 도태냐는 건설사 자신의 문제다. 스스로 재무ㆍ인력ㆍ사업 등 전 분야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경기변동성에 한없이 허약한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정부대책이나, 은행지원도 부차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민형 연구위원은 "건설사 자신이 사업 차별화와 원가 절감,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용 줄이기 등의 자구노력과 함께 국내시장 환경 악화에 따른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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