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8시30분 서울 은평구 구산동 구산초등학교 정문 앞. 교사, 학부모 30여명과 이 학교 서모 교감의 승강이가 한창이었다. "무슨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한테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파란색 점퍼 차림에 배낭을 둘러멘 정상용(42) 교사는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는 전날 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최종 파면 통지서를 받았다.
10월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일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였다. 이 날 아침 반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학교측의 제지를 받은 것이다.
승강이는 한 시간여만에 끝이 났다. 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6학년 8반 교실에 들어선 정 교사를 아이들이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 칠판 한 귀퉁이 화이트보드에는 "선생님♡ 힘내세요!!, 꼭 돌아오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정 교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수업을 진행했다. 간간이 교실에 있는 전화기를 통해 수업을 빨리 끝내라는 독촉 전화가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20명의 학부모들도 복도 앞 창문 너머로 수업을 함께 했다. 한 학부모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셨는데…"라는 말만 되뇌며 눈물을 훔쳤다.
"학부모님들도 징계의 부당함을 알고 이렇게 응원해 주시는 데 반드시 돌아오지 않겠어요?" 낮 12시10분. 정 교사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교실 문을 나섰다.
비슷한 시각 강북구 수유동 유현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은 눈물 바다를 이뤘다. 역시 전날 해임 통보를 받은 설은주(28ㆍ여) 교사가 학교측의 특별 배려(?)로 30분간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오늘이 방학식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이 체험학습에 가서 선생님이 못나오는 건 절대 아냐. 당당하게 어깨 펴야지. 너희들 만나서 행복했어." 설 교사의 말이 이어질수록 아이들의 흐느낌은 커져만 갔다.
이윽고 29명 반 아이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씩 불려졌다. "○○는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미처 당부가 끝나기도 전에 설 교사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학부모 양모(38ㆍ여)씨는 "아이들한테 편지도 일일이 써줄 만큼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었다"며 "시험을 보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해임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두 교사는 이날 오후 척박한 거리로 나섰다. 시교육청 앞에서 아이들 곁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포함해 해임ㆍ파면 처분을 받은 7명의 교사는 조만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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