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부터 한우 이력추적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경기 양주시 양주축협 직판장. 17일 매장에서 판매되는 1+등급 한우 등심 포장제품의 라벨에는 숫자 12개가 찍혀있었다. '000189414780'. 쇠고기의 뿌리가 된 한우의 개체식별번호이다. 휴대폰 무선인터넷으로 이력추적 검색시스템을 가동해 한우 '000189414780'의 일생을 알아봤다.
2006년 3월 28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용암농장에서 태어난 한우 거세우. 지난 2일 출하돼 경기 동두천시 우림축산 도축장에서 도축됐고, 양주축협 육가공 공장에서 가공된 뒤 매장에 나왔다. 등급은 1+을 받았다.
#. 한우 1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경기 양주시 광적면 순일농장은 17일 태어난 지 10일째인 숫송아지 1마리를 축협에 출생신고를 했다. 그와 동시에 국적과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개체식별번호를 받았다. 'KOR 082035532522'. 주민등록증(노란 귀표)도 달았다.
출생신고서에는 출생일(2008년 12월 7일)과 태어난 곳, 농장주, 그리고 부모에 관한 정보(모체 개체식별번호 000195317235)가 보고됐다. '082035532522'가 다른 농장이나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위해선 언제 어디서 도축ㆍ가공되고 어떤 매장으로 나갔는지, 도중에 질병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등 모든 정보가 이력추적 전산시스템에 축적돼야 한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에서 쇠고기를 구입할 때 그 소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어떤 유통 경로를 밟았으며, 등급은 어떤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22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국내에서 나고 자란 모든 쇠고기의 일생에 대한 기록을 소비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쇠고기 이력추적제 전면 시행은 올해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가 비싼 국내산 한우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컸다. 소비자가 한우를 한우로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얻게 하자는 취지다. 또 광우병 등의 질병이나 위생 문제가 있는 쇠고기가 있을 경우 이를 확실히 가려내 리콜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았다.
정부는 2004년부터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시범 운영, 현재 전국 290만 마리 소 가운데 200만 마리가 등록해 개체식별번호를 받았다.
하지만 22일부터는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축산농가는 모든 소를 반드시 정부에 등록하고 귀표를 달아야 한다. 22일 이후 태어나는 소는 30일 안에 출생신고를 하고, 아직 등록되지 않은 소들도 내년 6월 22일까지는 등록을 마쳐야 한다.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노란 귀표가 없는 미등록 소는 앞으로 도축장에서 받아주기 않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될 수 없다.
내년 6월 22일부터 대형마트 정육점 등 쇠고기를 판매하는 유통매장에서도 이력추적제가 적용된다. 이때부터는 부위별로 포장된 쇠고기도 겉포장 라벨에 개체식별번호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휴대폰 무선인터넷(6626)을 이용해 이력추적 검색시스템에 접속, 개체식별번호만 입력하면 그 자리에서 소의 품종과 원산지, 출생일, 사육자, 등급과 도축 및 가공처리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조기 정착되면, 소비자와 축산 농가 모두에 윈윈이 된다. 이원복 축산물등급판정소 이력사업본부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쇠고기의 유통과정이 보다 투명해지고 이력 정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한우 등 국내산 쇠고기를 믿고 구입할 수 있게 되고, 축산농가들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혈통관리가 가능해져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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