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떠오르면 위기의 끝 자락이다?'
다소 낯설지만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경험지표 중 하나다. 이를 빗대 삼성증권은 17일 "월 스트리트와 지구촌 곳곳을 헤집은 버나드 매도프의 다단계(폰지ㆍPonzi) 사기극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을 알리는 고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래 비유의 논리구조(투자전문 연구소 게이브칼 보고서)는 이렇다. 불법 조업인 '다이너마이트 낚시'는 애초 잡으려 했던 물고기뿐 아니라 한참 뒤 전혀 생각치 못한 고래까지 희생시킨다. 즉, 바다에 던진 다이너마이트의 위력(당면 현안)은 최종적으로 고래(돌발 사건)를 떠오르게 하면서 일단락된다는 뜻인데, 과거 금융위기의 역사에도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1997년 아시아에서 불거진 외환위기(다이너마이트)는 엉뚱하게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그로 인한 LTCM 파산 결과(고래)를 낳았다. 미국 IT버블 붕괴의 정점 역시 예상 못한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이었다.
결국 도마뱀 꼬리 자르듯 계속되는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단계 사기사건이 터지면서 위기의 끝물에 다다르지 않았냐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끊임없이 자금이 들어와야 '아랫돌 빼 위를 막는' 다단계 수법이 통하는 만큼, 돈줄이 막히는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다이너마이트)때문에 고래(다단계 사기극)가 떴다는 얘기다.
'매도프 사기극'이 위기의 끝물일 가능성은 높지만, 파장이 확산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판단도 곁들였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이번 사기극을 계기로 그간 미국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했던 글로벌 헤지펀드 규제 방안이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 매도프 사기극이 진짜 '고래'였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명이 날 것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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