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넋이 서린 영정, 시고조모가 시고조부에게 시집올 때 가져온 다식판, 할아버지가 도호부사로 재직할 때 받은 고을 백성 1,800명의 이름이 수놓인 만인산(萬人傘ㆍ어진 정치를 한 관원에게 백성들이 기념으로 준 일산과 비슷한 물건)….
서울역사박물관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집안의 내력과 선대의 유지가 깃든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시민 기증 10년의 기억' 전을 16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연다.
시민 80여명이 기증한 220여점의 유물을 ▲아낌없이 베푼 선대의 유품 ▲서울 사람들의 서울 유물 ▲아는 만큼 보이나니 ▲숭고한 수집벽 등 4개의 주제로 나눠 기증자의 사연과 함께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되는 유물들은 사료적 가치도 가치지만 저마다의 흥미로운 사연이 관심을 끈다.
진주 류씨 문중이 기증한 영정들은 2004년 10월 기증 당시까지 영정함 속에 봉인돼 있었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선대의 훈시 때문이었다. 이 가르침을 지극정성으로 받든 후손들 덕에 영정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풍양 조씨 문중은 1998년 조경(1541~1609) 장군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해치흉배(대사헌 관복에 붙이던 표장) 등 25점의 유의를 수습해 박물관에 기증했다. 조경 장군은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후손들은 한성판윤(현 서울시장)을 지낸 인연을 중히 여겨 서울역사박물관에 유물을 맡겼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96년부터 210명의 기증자로부터 총 2만1,000여점의 유물을 기증받았으며, 이 유물들이 전체 소장품의 70%에 이른다"며 "시민 기증자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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