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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 한병 값 370원서 2500원까지…싼 곳은 왜? '조제藥' 손님 끌기 위한 '미끼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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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 한병 값 370원서 2500원까지…싼 곳은 왜? '조제藥' 손님 끌기 위한 '미끼藥'

입력
2008.12.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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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감기 증상에 흔히 찾는 광동제약 쌍화탕(100㎖). 경북 청송군의 약국에서는 평균 370원에 살 수 있는 이 제품이 인근 영양군에서는 6.7배인 2,500원에 팔린다.

치주질환치료제인 동국제약 인사돌(100정)의 평균 거래가격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경우 1만원에 불과한 반면, 농촌지역인 경북 예천군에서는 무려 7만3,333원에 달한다.

15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2008년 상반기 다소비 일반의약품 판매가격 전국 조사' 자료를 보면 지역별 약품 가격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전국 251개 지역에서 50개 주요 일반의약품의 평균 거래가격을 조사한 것인데, 심한 경우 같은 회사, 같은 용량의 제품이 7배 이상의 가격차를 보여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무약 솔표우황청심원액(50㎖), 한국얀센 타이레놀500mg(10정), 동국제약 복합마데카솔연고(10g)의 경우 2.3~3.2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같은 서울 지역 안에서도 1.5배 안팎의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영양제인 대웅제약 게므론코큐텐의 노원구 거래가격은 2만1,500원, 관악구는 3만5,000원으로 1.6배 차이가 났다. 솔표우황청심원액은 서대문구(1,475원)보다 강남구(2,171원)가 1.5배 비쌌다.

이처럼 지역별로, 또 약국마다 가격이 들쭉날쭉 한 것은 1999년 도입한 의약품판매자 가격표시 제도에서 비롯됐다.

본래는 공정한 가격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가격 조사ㆍ공개 등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한편에서는 과도한 저가경쟁이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양극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약국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일부 제품을 최대한 싸게 팔아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활용한다. '싸게 파는 약국'으로 입소문이 나 '조제 단골'을 많이 유치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박카스같은 '미끼 상품'을 원가에 팔면 전체 이윤이 1만~2만원 줄지만 조제 손님 3, 4명만 더 오면 바로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미끼 상품'의 범람은 약품 가격 교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복지부 조사에서도 약품 가격과 약국 밀집도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게므론코큐텐, 기넥신 등 2가지 품목이 전국 최저가인 인천 서구의 1㎢당 약국 수는 0.9개로, 쌍화탕과 타이레놀이 가장 비싼 경북 영양군의 0.006개보다 밀집도가 150배나 높았다.

여기에 복잡한 유통구조도 한 몫 한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사와 도매상들이 약품을 대량 주문하는 약국에는 할인을 해줘 약국별 공급 가격이 10% 정도 차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미끼 상품의 가격이 싸지고, 싸게 약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판매량이 증가한다. 판매량 증가는 다시 공급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약국간 경쟁이 거의 없고 판매량이 적어 공급 가격 자체가 높은 곳은 가격을 떨어뜨릴 요인이 없다. 경북 영양군 보건소 관계자는 "군 전체에 약국이 5곳밖에 없어 경쟁이 전혀 없다"면서 "교통이 좋지 않아 물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약품 판매 가격을 올리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약이 꼭 필요한 주민들이 물류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가 지나치게 큰 약품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비등한데도, 복지부는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복지부가 약품 가격 조사 이후 취한 조치라고는 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에 협조공문을 보내 조정을 요청한 것뿐이다.

반면 대한약사회 한국제약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준 정찰제 도입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영환 약사회 약국이사는 "가격 불균형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단체, 정부, 제약사 등이 회의를 열어 합리적인 가격을 정해 같은 제품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도 "복지부가 보건사회연구원 등에 의뢰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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