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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공직 물갈이 정치적 배경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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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공직 물갈이 정치적 배경 의심된다

입력
2008.12.1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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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관가에 고위공무원 물갈이 태풍이 몰아닥칠 조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1급 7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국세청 1급 3명도 최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감사원은 쌀 직불금 감사 의혹과 관련해 차관급 감사위원 6명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12명 전원이 일괄 사표를 낸 바 있다.

청와대는 교과부의 경우 교과부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다른 부처로 확산될 것이라는 해석은 비약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최근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 고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아 정책 침투가 안 된다며 고위공무원 물갈이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교과부 고위공무원 일괄 사표는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학교 자율화 정책, 사학분쟁 조정 등 주요 정책의 성과 부진과 관련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과 이념을 반영하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은 좌파 정권에서 성장한 고위공무원들의 비협조 탓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등 다른 부처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권의 생각이어서 고위공무원 물갈이는 다른 부처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위공무원 물갈이가 이런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 쇄신을 위해 일부 고위 공무원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개별적으로 사표를 내는 것도 왕왕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괄 사표 제출은 매우 드문 일로, 정치적 순수성과 의도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 출범 첫 해 정책난맥의 책임을 코드가 맞지 않는 고위공무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더더욱 어색하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기에 앞서 조직 및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순서는 국정 난맥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 내각과 청와대를 쇄신하는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정파를 떠나 능력 있는 인사를 광범위하게 발탁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이런 판에 코드 운운하며 고위공무원 물갈이에 집착한다면 역풍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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