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숙제를 내줬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가 막혔다. 하지만 매일 내주니 일상이 돼버렸다. 유치원 숙제는 엄마를 피곤하게 한다. 엄마랑 꼭 함께 하라고 했다는 거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내와 아이가 숙제 붙잡고 끙끙거리는 것이 보기 안 좋을 때도 있다. "숙제 하지 마, 안해도 돼!" 아빠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안쓰러워서 했더니 애가 울상이다.
애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선생님이 야단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은 다 해오는데 자기만 안해온 상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요즘은 '받아쓰기 연습'이란 숙제를 날마다 받아왔다.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니까 건성으로 하기가 어렵다. "좀 틀려도 돼!"라고 했더니 또 울상이다. 또 뭐라고 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다 백점 맞는데 혼자서 틀릴 수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했던 숙제를 요새 아이들은 유치원 때 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체 뭘 배우라고 벌써 다 가르쳐주는가, 라는 어리석고도 한가한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벌써부터 내 아들이 한글을 대략 쓸 줄 안다는 것이 대견하기는 했다. 뭐, 다들 백점을 맞는다니 평균적인 것이지만. 암튼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함께 숙제를 해나가는 것인가 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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