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으로 수입이 금지된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 800톤이 불법 수입돼 국내 대형 식품업체의 햄, 소시지 등 제조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양경찰서는 16일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을 미국산으로 위장해 들여와 유통시킨 혐의(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등)로 D사 대표 남모(46)씨를 구속했다.
해경에 따르면 남씨는 200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W사로부터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 365톤(시가 1,277억원)을 수입, 국내 햄 제조업체에 판매한 혐의다.
조사결과 W사는 중국 상하이 등에서 가공된 돼지 내장가공품을 미국 공장으로 가져가 원산지 스티커를 미국으로 바꾼 뒤 D사 등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남씨가 수입한 가공품 일부에서 머리카락, 납 등이 나오고 심하게 부패한 사실을 알고 클레임을 제기하기 위해 지난해 1월과 올 1월 중국 공장을 방문한 점 등으로 미뤄 중국산임을 알고도 고의로 우회 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같은 기간 미국 축산물 수출업체인 I, D, S사 등으로부터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 427톤(1,495억원)을 불법 수입한 다른 수입업체 2곳도 수사하고 있다.
부산세관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입된 돼지 내장가공품은 1,758톤으로, D사 등 3개 업체가 불법 수입한 중국산 가공품이 전체 수입량의 45%에 달했다.
문제의 가공품은 돼지 창자로 만든 일명 '돈장 케이싱'으로 햄이나 소시지의 껍질로 쓰인다. 국내 햄 제조업체들의 경우 M사가 지난달 가공기계를 도입했을 뿐 아직 돈장 케이싱을 자체 생산할 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경은 국내 20여개 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의 사용 여부를 조사 중이며, 이날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L, M사를 비롯해 8개 업체가 남씨 등이 수입한 돈장 케이싱을 제품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경은 이와 함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에서 수입된 돼지 내장가공품이 중국산임을 알고도 통관을 시켜준 사실을 밝혀내고 검역원 직원들의 직무유기 혐의 또는 금품수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검역원은 지난 7월 21일 미국식품안전검사국(FSIS)으로부터 수출업체 I, D, S사 등 3곳이 중국산 가공품을 미국산으로 속여 수출한 사실이 적발돼 수출금지를 당한 사실을 통보 받고도 사흘 후인 24일 이들 업체의 수출품을 통관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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