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검찰청사에서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에게 흉기로 폭행을 당해 머리와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 민원인이 흉기를 들고 청사 1층 현관 검색대를 통과할 때 금속탐지 신호가 울렸는데도 방호원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청사 방호기능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전 11시께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검 청사 7층 특수부장 사무실. '똑똑!' 짧은 노크 소리가 사리지기 무섭게 한모(47)씨가 들이닥치더니 이모(46) 부장검사가 있는 검사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냐. 정식 면담신청을 하라"는 여직원을 밀치고 들어간 한씨는 "내가 검사 등을 처벌해 달라고 진정한 사건을 왜 공람 종결했느냐"고 따지며 실랑이를 벌였다.
잠시 후, 이 검사가 "면담 신청하고 다시 오라"고 하자, 한씨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철사나 전선을 절단할 때 사용하는 니퍼를 꺼내 이 검사의 멱살을 잡고 머리를 내리쳤다.
이어 한씨는 멱살을 잡은 채 이 검사를 복도까지 끌고 나가 얼굴 등을 수 차례 폭행했다. 한씨는 여직원의 비명소리를 듣고 쫓아온 옆방 검사실 수사관들에게 붙잡힌 뒤에야 폭행을 멈췄다.
이 과정에서 이 검사는 왼쪽 눈 윗부분이 1.5㎝ 가량 찢어져 6바늘, 머리도 2바늘을 꿰맸으며 한때 정신을 잃고 실신까지했다. 당시 사무실에는 참여계장이 수사 보강을 위해 검사실에 지원을 나가는 바람에 여직원과 이 검사 뿐이어서 한씨의 범행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한씨는 2005년 11월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집 주인을 2차례 걸쳐 모욕해 고소를 당하자, 오히려 집 주인에게 폭행 당했다며 맞고소 해 결국 지난해 9월 모욕과 무고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과 경찰의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한씨는 고소사건을 맡았던 경찰과 검사, 판사 등 22명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와 항고를 거듭했지만 모두 검사의 공람 종결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또 다시 무고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그러나 한씨의 막가파식 고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10월 또 다시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검사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가 각하 당하자 지난달 말 광주고검에 항고했다. 한씨는 이날도 항고사건을 맡은 고검 검사와 면담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앞서 한씨는 문제의 흉기를 소지한 채 현관 검색대를 통과한 뒤 방문증을 받고 검사실 등 청사 건물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나 검찰의 검사 및 청사 방호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관공서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다 보면 반감을 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민원인에게 억울한 점이 없도록 소임을 다한 검사가 위해를 당하는 상황이 없도록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청사 방호에 특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한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흉기 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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