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배우자 감으로 인정 받던 시절이 있었다. 가슴에 붙은 GM 마크가 이성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GM에 좋으면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회사와 종업원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은 도요타에 밀려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는 GM이라는 등식이 있었다. 한 해에 1,000만대를 생산하기도 했다.
그 GM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그런데도 미국 상원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 빅3의 임금이 미국 내 일본 자동차 회사의 그것보다 높다며 내년부터 임금을 삭감하라고 공화당이 촉구했지만 노조가 거부해 그렇게 된 것이다.
빅3 직원 23만9,000명에 연관산업 종사자까지 2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노조가 마지막까지 배짱을 부렸다고 볼 수 있는데 국민의 지원에 기대야 하는 처지에서 그렇게 한 것은 잘못이다. 미국 자동차 노조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그런 점에서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그 비난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GM이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 요구를 최고경영자가 모두 들어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로 향후 세계의 모든 노사 관계도 달라질 것이므로 한국도 (이 시기를) 노사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설 수 없으면서도 고통 감수에 주저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지만 그것과, GM이 노조 때문에 몰락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은 다른 문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조차 고장 적고, 연비 높고, 디자인 좋다는 이유로 일본 차, 독일 차를 선호한다. 이것이 노조의 잘못일까. 매정한 소비자의 잘못일까.
시사주간지 타임은 얼마 전 <올해가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겨울일까> 라는 기사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이 실패한 근본 원인으로 단시간에 개선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경영 패러다임을 꼽았다. 도요타가 저스트인타임이니 린 시스템이니 하는 생산, 경영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것과 달리 GM은 1920, 30년대 방식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다른 기업을 사고 팔거나 직원을 늘리고 줄이는 숫자 놀음에 빠져 있다고도 지적했다. 올해가>
기사에는 캘리포니아 프레먼트에 있는 GM-도요타 합작 공장이 나온다. GM 공장 가운데 생산성이 가장 낮았던 곳이다. 그러나 1984년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뒤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공장으로 변했는데 이는 결국 회사는 경영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할부금융자회사 GMAC의 부실 또한 GM 몰락의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이 역시 생산보다는 금융에 치중한 GM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GM 경영진은 회사 회생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연봉 1달러를 받겠다고 한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대신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호화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날아감으로써 구태의연한 태도를 다시 보여준 적은 있다.
GM이 휘청거리는 데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경영자의 잘못이 크다. GM이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이라도 기업의 성패는 결국 경영자에 달려있다.
박광희 국제부 차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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