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상원에서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
그는 표결 직전 “빅3가 임금과 복지 수준을 일본 자동차 업체 수준으로 낮추는데 동의하지 않는데 왜 미국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3가 손을 벌리기 전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동료 의원들에게 먹힌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명분론의 배경에 매코널 의원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매코넬 의원의 지역구인 켄터키주 주변에는 이른바 ‘리틀8’으로 불리는 신흥 남부 자동차 산업이 착실히 기반을 닦아가며 북부 디트로이트의 빅3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빅3의 구제금융이 부결된 이면에는 미국 북부와 남부가 자동차 산업을 놓고 보여주는 미묘한 갈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리틀8이란 켄터키, 테네시, 앨라배마, 미시시피,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자동차 회사가 밀집한 미국 남부 8개주를 말한다. 이 지역에는 현대, 도요타, BMW 등 외국계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 있다.
뉴스위크가 국제자동차제조업협회(AIAM)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리틀8의 외국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9만2,700여명으로 빅3 노동자의 40% 해당한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앨라배마주에서만 연간 8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리틀8의 가장 큰 특징은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이 체질화해 있어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이다.
뉴스위크는 “도요타 등 리틀8의 해외 업체들은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는 지역을 입지로 우선 선정했다”며 “빅3가 과도한 복지혜택과 비효율로 비틀거리는데 반해 리틀8은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으로 배럴당 150달러의 고유가 시대에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리틀8이 속한 주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보이는 것도 강점”이라고 보도했다.
리틀8의 소유 구조와 기업 성격이 이렇다 보니 이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빅3의 행태가 곱게 보일 리 없다. AP통신은 “빅3에 대한 구제금융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주로 남부에 기반을 둔 공화당 소속으로 노조 활동에 뿌리깊은 반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빅3에 대한 구제금융 부결은 북부의 전통적인 산업과 남부의 신흥 자동차 산업의 대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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