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돌다 - 팽샛별 (필명 손틈)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11월 시 장원에 팽샛별(마산 성지여고)양의 '궤도를 돌다'가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서는 박소정(안양예고)양의 '소화(消化)', 비평ㆍ감상글에서는 김은휼군의 '독자의 반란-이징의 <전다간폭> 을 중심으로', 생활글에서는 김혜원(상명대 사대부고)양의 '흔적들'이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전다간폭>
궤도를 돌다
- 팽샛별 (필명 손틈)
이 궤도에 발 디딘건 언제부터 일까
항상 어둠의 침묵만 있는
주파수 잡히지 않는 날카로운 선로
나는 아직 성장중인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
오늘도 생리주기 같은 공전의 각에 다라
궤도 위를 돈다
집 학교 독서실 집
아주 간단해
체인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전거 은륜처럼
그저 돌기만 하면 사랑받는 거야
다른 태양계 행성들이 말했다
고를 덜기 위해 고무줄을 따라 도는 염주알
하지만 나는 고를 얻으며 돌고 돈다
결빙되어 시린 행성들을 지나 도착한
태양과 가까운 뜨거운 집의 자궁
수천년 숙성된 우주의 검은 어둠을
붉은 물로 목욕하고
고등어의 푸릇한 등이 타지 않게 조리될 시간만큼 머물다
월경처럼 배출되어 다시 폐달을 밟는다
저 멀리 보이는 행성 하나
가장 푸르다는 지구 아래
한번도 푸른 적 없는 내게도 푸른피는 돌까
진공의 순환 속 오래전 탈색된 나의 몸 위로
금발 머리의 유성이 궤도 밖 아스라이 사라진다
유성이 남긴 한올의 머릿칼 지닌 채 궤도이탈 꿈꾼다
궤도이탈
나는 소멸해 버릴 것 이다
오늘도 이 시시콜콜한 궤도를 공전한다
▲ 심사평
'궤도를 돌다'는 분방한 상상력과 시적 자아의 긴장이 탁월한 작품입니다. '이 궤도에 발 디딘 건 언제부터 일까'라고 시작하는 첫 행의 결의부터 마지막의 '이 시시콜콜한 궤도를 공전하고 있다'는 발상까지, 시를 쓰는 자아의 내면이 잘 드러나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전'과 '소멸' 같은 단어가 자칫하면 관념에 머무를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시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어들을 자신만의 시적 긴장으로 엮을 수 있는 힘은 이 글쓴이의 미래를 기대해볼 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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