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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헤지펀드 '매도프 사기' 유럽·日금융권 강타…스필버그 등 유명인사 피해도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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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헤지펀드 '매도프 사기' 유럽·日금융권 강타…스필버그 등 유명인사 피해도 눈덩이

입력
2008.12.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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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버나드 매도프 LCC'의 다단계 금융사기 피해가 속속 확인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HSBC나 일본 노무라 증권 등 초대형 금융기관 뿐 아니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비젤, 프랭크 로텐버그 연방상원의원 등 명사들이 거액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유럽 최대은행 HSBC가 15억달러(약 2조원)의 피해를 입어 이번 사기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 홀딩스도 275억엔(약 4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제네바 언론들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들은 무려 37억유로(약 6조8,000억원) 가량의 손실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레드 월폰 뉴욕 메츠 구단주 외에도 유명 피해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대인 교육기관 등을 돕기 위해 세운 자선재단은 기금 수익금의 70%를 매도프 증권사에 의존해왔다. 프랭크 로텐버그 의원이 세운 자선기금도 자금의 대부분을 매도프에 위탁하고 있다. 이 기금은 유방암 연구센터 등 의료기관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충격을 주는 것은 버나드 매도프가 나스닥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존경 받는 투자자였다는 점 때문이다. 나중에 투자된 원금으로 앞선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원시적인 수법의 폰지(Ponzi) 사기행각이 감시망에 잡히지 않고 20년 가까이 지속된 것도 어처구니 없다.

WSJ은 유명인사나 유력 금융기관이 단순 사기의 먹잇감이 된 것은 특수계층에게만 투자기회가 허용된다는 '배타성의 유혹'과, 복잡한 금융기법이라고 떠벌일수록 쉽게 믿는 '안일함'이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집중된 플로리다주의 경우 특수층만 출입하는 초고급 골프장에서 거물이 다가와 "아무에게나 투자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며 나라면 당신을 매도프에게 소개하겠다"고 제안해 거액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매달 1% 내외의 투자이익을 20년 가까이 꼬박꼬박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투자자 누구도 매도프의 투자내역을 점검하지 않았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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